▲호미곶은 우리나라의 호랑이 꼬리에 해당되는 지점이다. 호미곶 공원에서 보는 호랑이 조형. 아래로 수평선이 보인다.
정만진
표지석에서 오른쪽에 호미곶 등대가 있다. 경상북도 기념물 39호인 이 등대는 1908년에 건립되었는데, 높이가 26.4m나 되지만 철골을 쓰지 않고 벽돌만으로 쌓아올려졌다. 물론 지금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옛날 등대 안을 못 보는 아쉬움을 달래는데 샛문으로 현대적 아름다움을 뽐내는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인파'가 보인다. 박물관과 옛날 등대를 둘러볼 때까지만 해도 옆에 사람이 없었는데 모두들 여기 모여 있다. 많은 사람들 탓에 사진 찍기가 어렵다.
두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이래서 대선 후보들이 이곳 입구에다 현수막을 내걸었구나. 동네 사람들은 거의 걸어다니지 않는 길인데도 외지인들이 이렇듯 많이 오니 선거용 명당터로 판단한 게로구나.
그리고 또 하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머리 아픈 것을 싫어해서 읽고 생각하는 것을 멀리한다더니 과연 그런가 보다. 박물관 내부와 닫힌 등대의 안내판, 머리만 아프지! 찾아온 사람들은 많지만 대부분 바닷가만 맴돌다가 돌아가는 게 설핏 보아도 확연하다.
호랑이 조형으로 다가선다. 숭숭 뚤린 줄무늬로 산맥을 형상화하면서 그리로 드센 바닷바람을 통과시켜 안전성도 확보한 착상이 돋보인다. 2009년 1월 1일, 포항시 승격 60주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호랑이상이다. 구태의연한 돌조각 호랑이가 아니라서 기념물을 세운 취지가 제대로 살아났다.
왼쪽으로 유명한 '상생의 손' 중 하나가 동해 바닷물 속에서 나를 부른다. 호미곶의 '꽃'이 출렁이는 물결과 함께 부르니 달려가지 않을 수 없다.
호미곶 해맞이 축전의 상징물인 '상생(相生)의 손'은 바닷물에 세워진 오른손과 땅에 세워진 왼손이 서로를 마주보며 서 있다. 그렇게 배치된 것은 서로[相] 도와가며 살자[生]는 뜻의 구현으로, 작품의 이름을 정한 근거이기도 하다. '새 시대를 여는'과 '세상을 바꾸는'이 소리는 달라도 뜻은 같은 동의어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