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천 4동에서 만난 (왼쪽부터) 최정석(73), 김재탁(62), 추도식(53)씨.
김다솜
"우리 범천 4동에서 대통령이 나왔다 하모 얼마나 좋은교. 근데 안철수 사퇴하는 바람에 지금 주민들 입이 다 튀어나왔다이가."
부산 진구 범천 4동.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부친 안영모 원장이 지난 4월까지 범천의원을 운영하던 곳이다. 안철수는 대학 입학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범천 4동에 있는 추어탕 식당에서 김재탁(62), 추도식(53), 최정석(73)씨를 만났다. 식당 벽에 걸려 있는 TV에서는 박근혜-문재인 양자 대결에 관한 뉴스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저번에 범천의원에 진료 받으러 가니까 전화선이 빠져 있대. 그래서 내가 와 그런가 물어 봤거든. 안 박사가(안철수 후보) 서울시장 나간다꼬 하는 기라. 내가 그때 '서울시장 나갈 바에 대통령 나가삐지'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 했는데, 진짜로 이번에 나갔다 아이가. 그거 때메 안 원장님이(안영모 원장) 걱정이 많았다. 사모님하고 며느리하고 전부 다 말리고 난리가 났다고. 근데도 기어코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 나가노코 결국 일이 이래 되가 우짜겠노."이들은 모두 안철수의 대통령 후보직 사퇴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재탁씨는 마시던 술잔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김씨는 "우리 동네에는 약 1만 명이 사는데 55세 이상이 53%"라며 "모두 보수층이었지만 안철수 후보가 나온다는 말에 많이들 찍겠다고 난리였다"고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안철수 사퇴, 부산 시민들의 반응은?이들은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동네 재개발과 철도 정비장 문제를 해결할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범천 4동은 부산의 중심지 서면과 인접해 있지만, 철도 정비장에 가로 막혀 재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동네다. 김씨는 "안철수가 사퇴했으니 이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조용히 생선회를 먹고 있던 최정석씨가 김씨의 말을 거들었다. 범천동 경로당 회장인 최씨는 이미 새누리당에게 마음이 가 있는 상태였다. 최씨는 "우리 경로당 사람 절반 이상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식당 신암추어탕을 운영하는 추도식씨는 역정을 냈다. 추씨는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으니 박근혜랑 문재인만 남았는데, 둘 다 뽑고 싶지 않다"며 "이번에 기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엔 문재인 후보가 다닌 경남고등학교가 있는 서구 동대신동으로 향했다. 성준혁(가명. 73)씨는 46년 동안 이 지역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주말마다 구덕문화장터에 나와 골동품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