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교수
조재현
"드디어 시작된 것이죠.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먹튀자본에 피같은 국민세금 수 조 원을 모아서 물어줄 수도 있는데…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지 FTA(자유무역협정) 똥물을 그대로 뒤집어 쓸판이에요."
고개를 절레 흔든다. 그의 표정은 자뭇 심각하다.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다. 그만큼 꾸준히 FTA의 위험성을 알려온 전문가도 드물다. 지난 21일 그와 또 마주앉았다. 그동안 이 교수와 나눈 짧은 대화와 인터뷰가 수십여 차례에 달한다. 그때마다 정부의 일방적인 FTA 추진에 대한 비(非) 민주성과 장밋빛 협상 결과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고스란히 활자화 됐고, 그는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이번에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에 대한 통상정책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게다가 22일은 작년에 한미FTA 협정이 국회에 날치기 처리된 지 꼭 1년만이다.
- 22일이 한미FTA 국회 날치기 통과한지 1년이 된다."(고개를 끄덕이며) 그것도 있고, 묘하게도 오늘(21일)이 지나면 론스타의 ISD 본안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오늘까지 6개월간의 협의 기간이었다. 내일(22일)이 되면 세계은행에서 본격적인 ISD 소송에 들어갈지 나올 것이다. 여러 가지가 겹쳐 있는 날이다."
그의 말대로다. 22일 론스타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벨기에 투자협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제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제기했다. 론스타는 이미 지난 5월말 우리 정부에 ISD 중재 의향을 보여왔다. 또 국세청을 상대로 세금반환 청구 소송까지 제기했다(관련기사:
론스타와 국세청의 세금전쟁 시작됐다). 6개월의 협의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인 중재재판에 나선 것이다. 그와 22일 보강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한민국 1호 ISD 소송, 피 같은 국민세금으로 배상금 줘야 할지도"- 이번 소송은 우리나라의 첫 번째 ISD 소송이 된 셈인데."그렇다. ISD가 사법주권 침해 여부를 놓고 얼마나 논란과 갈등이 많았나. 그때마다 정부가 뭐라 했나. 우리가 맺은 수많은 투자협정이나 FTA에 ISD가 들어있지만 단 한 번도 소송을 당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제 뭐라 할건가."
- 정부는 '론스타 주장의 부당성을 적극 제기하면서 중재에 임하겠다'고 했다."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문제는 이 재판이 우리가 이겨도 얻는 혜택이 없다. 대신 지기라도 하면 수조 원에 달하는 돈을 (론스타에) 물어야한다."
-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매각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매각을 반대해 손해를 봤다'고 하고."우리 금융당국은 공공성 등을 판단해 내린 결정이지만, 국제투기자본 입장에선 손해를 봤다는 것 아닌가. 이제 누군지도 모르는 워싱턴 세계은행 건물의 중재재판관 3명이 외환은행 매각 불승인이 옳았는지를 판정하게 될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 정부가 워싱턴 가서 부당성을 제기하겠다고 하지만 결과는 모르는 일"이라며 "자칫 재판에서 지면 4조6000억 원을 먹고 튀어버린 투기자본에 피 같은 국민세금을 모아서 배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 소송은 '먹튀' 자본에 대한 금융당국의 공익적 결정과 론스타의 사익 추구 사이의 분쟁이 본질이에요. 한마디로 초국적 자본의 사익 앞에 공익과 공공성이 끊임없이 위협받는 것이죠. 한미FTA 국회 통과를 앞두고 ISD 논란이 있던 것도 이 때문이에요." "대선 화두 경제민주화, FTA 협정과 충돌... 믿고 찍은 국민만 바보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