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장터에 있는 김동리 <역마> 조형물
전용호
그러나, 옥화는 체 장수가 36년 전 어머니와 인연을 맺은 아버지이고, 계연이 이복동생임을 알게 된다. 결국 체 장수와 계연은 떠나고, 성기는 중병을 앓는다. 옥화는 성기에게 계연과의 사연을 말해준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고 체념한 성기는 병을 이기고 일어선다. 그리고 엿판을 만들어서 화개장터를 떠난다.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슬픈 이야기다. 어떻게 받아들이면 요즘 유행하는 막장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이 이모였다. 소설을 다 읽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계연과 결혼해서 역마살도 고치고 알콩달콩 잘 살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화개장터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약재상에서는 봉지에 약재 이름을 적어 놓아 겨우살이, 상황버섯, 하수오 등등을 직접 보는 재미가 있다. 예쁜 도자기 공예품도 보고, 주렁주렁 탐스럽게 매달아 놓은 곶감도 본다. 대장간 아저씨는 외출했는지 화덕에 불이 꺼졌다.
화개장터를 나와 칠불사로 향한다. 소설 속에서 책가게를 하는 성기는 칠불사로 책값을 받으러 간다. 옥화는 계연을 같이 따라 보낸다. 성기는 처음부터 큰길을 버리고,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수풀 속 산길을 돌아서 간다.
"칠불은 아직 멀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