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주세요,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묻고 있습니다

인류 인간성의 시험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록 2012.11.20 18:57수정 2012.11.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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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 할 때면, 반 세기 넘게 이스라엘에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오래된 새해 기도가 가슴에 사무친다.

"새해에는 한 명만 덜 죽게 해주시고, 한 집만 더 덜 폭격 맞게 해주시고, 한 줌만 더 덜 피 흘리게 해주세요."

이 '한 줌의 기도'는 올해도 되풀이 되고 있다. 지난 11월 14일에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 때문이다. 폭격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합법 정부이자 무장 저항단체인 '하마스'의 최고 군사령관을 암살하며 시작되었다.

하마스는 보복을 다짐했고, 확전을 선포한 이스라엘은 예비군 7만5000여 명에 대한 소집을 승인했다. 또한 이스라엘 지상군 3만여명이 이스라엘-가자지구 국경에 배치된 상황이다. 전면전이 코 앞에 다가오는 듯하다. 2008년, 무려 1400여 명이 희생되었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이 재현될 수도 있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테러리스트" 하마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폭격이라고 주장한다. 재취임을 앞둔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영국 등 서구 국가들도 같은 입장이다. 국제 사회에서 발언권이 큰 강대국들의 이스라엘 '지지 선언'은 이번 사태의 진실을 가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말하는 "테러리스트"란 누구를 가리키는가? 11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희생된 110여 명의 사람들 중 절반이 민간인이다. 생후 11개월의 갓난아기, 임산부, 축구를 하던 어린 소년들도 있었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병원과 학교, 방송국과 민가를 가리지 않고 폭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부모들은 죽은 아이를 안고, "이 아이가 테러리스트란 말인가!"라며 울부짖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하마스는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민주적인 선거로 집권한 합법 정당이다. 하마스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이 불법점령한 영토의 주권회복을 요구하며 무장저항을 하고 있기에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첨단무기와 핵으로 무장한 세계 제10위의 군사강국, 이스라엘에 맞서고 있는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반 세기 전, 일제에 맞섰던 대한민국의 임시정부와 다름 없다.


이스라엘의 '전쟁 도발'은 2011년 아랍혁명 이후 불리해진 중동 정세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집트, 튀니지 등은 지금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미국의 원조로 독재를 유지하며 이스라엘에 협조하던 나라들이었다. 또한 올해 UN총회에서는 팔레스타인의 '비회원 참관국' 승인이 확실시 되며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로 가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번 폭격으로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져버렸다.

또한 이스라엘은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지가 약화되면서, 이스라엘은 물가폭등 등 경제위기로 최대 40만 명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정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 도발을 통해 자국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 불만을 잠재우고, 극우 세력을 결집하려고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미 충분히 고통 받아 왔다. 지난 5년간 희생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2300여 명, 이 중 4분의 1이 여성과 아이들이다. 특히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경제봉쇄로, 농지의 35%와 어업 지역 85%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물과 전기의 공급도 불안정하고, 식수의 90%는 오염되었다. 가자지구 아이들의 절반은 굶주리고 있다. UN은 2020년이면 가자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정치적 이익 그리고 이스라엘 국가예산의 50%를 지원하는 미국의 전쟁 지원 앞에 팔레스타인은 또다시 인류 인간성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전세계를 향해 묻고 있다.

"당신의 양심과 인간성과 정의는 어디에 있나요?"

이제 우리는 이 물음 앞에 답해야 한다. 총구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무참하게 짓밟히고 양심과 정의와 아이들이 학살되는 곳,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다. 그렇기에 오늘 우리의 중심은 팔레스타인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을, 미국은 이스라엘의 전쟁 지원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김재현 기자는 나눔문화 사회행동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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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스라엘 #하마스 #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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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에서 사회행동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www.nan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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