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8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야권 후보단일화 협의 재개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남소연
그는 문재인 후보에게도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제일 중요한 인적청산을 하지 않고 안 후보와 정치개혁 한다면 누가 믿나"며 "(단일화 협상 중단의) 원초적 책임이 문 후보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제3후보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 그는 "안철수 현상이 일어난 핵심은 진보정당의 실패에 있다"며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두 당의 이념적 거리가 멀지 않은데 그 좁은 틈으로 안 후보가 들어오면서 대선 담론구조가 더욱 협소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스펙트럼을 오히려 좁혔다는 점에서 냉소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내린 위수령으로 연행되거나 강제 징집된 학생운동 리더 180여명이 만든 '71동지회'의 멤버다. 그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거리에서, 강단에서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 운동을 펼치고 있다.
손 교수는 "진보정당 세력은 실패했지만 정책은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진보정당이 주장했던 정책을 이제 새누리당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교수는 "(유의미한) 진보 후보가 없는, 사실상 진보세력이 배제된 상황에서 아무런 논쟁도 없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공학적으로도 진보정당은 중요하다"며 "권영길의 등장으로 노무현의 중도성이 부각되면서 당선됐던 것처럼 내용으로도 사회경제적 이슈나 복지국가 논쟁도 가능하지만 이번에는 단일화 이슈에 민생 문제가 묻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축소가 민생과 직접적으로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다음은 손호철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18일 발표된 새 정치 공동선언문,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후보들 스스로 지적하듯 과정이 중요했다. 하지만 두 가지 점에서 실패했다. 하나는 새 정치의 씨앗을 만들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일화 과정은 밀실협상이었다. 단일화 과정에 지지 세력을 동원하고 시민을 참여하게 해야 하지만 소속도 없는 사람들 캠프에 모아 놓고 몰래 앉아서 티격태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국회의원 정수 조정과 같이 토론이 필요한 문제는 국민들 앞에서 드러내놓아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단일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흥겨움, 희망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지지층을 확대하고 정치가 축제가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겉으로 '새정치선언'이라고 했지만 그 내용과 과정을 보면 낡은 정치의 전범이다. 지켜보는 국민들도 신바람 나기보다는 '짜증에서 안도'로 바뀌었을 뿐이다. 봉합이 됐으니 다행이라는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 핵심 쟁점이던 국회의원 정수와 관련해 선언문에는 '조정'인데, 사실상 축소의미로 보인다. 이를 포함해 중앙당 권한·기구 축소, 국고보조금 축소 등 세부적인 쇄신안은 어떻게 보나? "모호하게 절충한 측면이 있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 개혁안의 핵심이 반영된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급해서 안철수 후보의 투정에 양보한 것, 항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언문에는 전반적으로 안 후보의 반(反)정치적인 흐름이 반영됐다. 안 후보는 CEO 입장에서 정치를 나쁜 것, 잘못된 것, 비효율적인 것, 없애야 하는 것, 기술로 풀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쉽게 이야기하면 '한국 정치는 바이러스니까 백신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멘탈리티가 반영된 것이다. 우려스럽다."
"'한국 정치는 바이러스니까 백신 치료해야 한다'는 멘탈리티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