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서울에서 전세가격이 4억4천만원을 웃도는 비싼 전세 아파트가 2.5배 늘어났다.
연합뉴스
만약 그 이유가 집주인들의 표가 깎일 것을 우려한 것이라면, 안철수 후보는 개혁을 할 자격이 없고 서민의 아픔을 말할 자격도 없다. 선거공학적으로 보더라도 이것은 패착이다.
손낙구씨가 <부동산 계급사회>(2008)에서 분류한 여섯 계급 가운데 최상층인 제1계급은 집을 2채 이상 가진 105만 가구로서 전체 가구의 6.6%밖에 안 된다. 이에 비해 세입자 가구는 제4계급과 제5계급인데 최하층의 주거 극빈층인 제6계급까지 합하면 40.8%나 된다. 물론 안철수 후보가 전월세인상률상한제를 정책으로 발표할 경우, 감소될 집주인들의 표와 증가될 무주택 서민의 표를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왜 이 제도를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안철수 캠프의 이름처럼 '진심'을 담아 국민에게 호소하면, 집주인들 가운데서도 지지할 사람들이 생길 것이며, 결과적으로 득표에서 플러스 효과를 크게 거두게 될 것이다. 개혁자들에게는 개혁의 난관을 정공법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이런 적극적 사고가 필요하다.
특히 세대별 대선 투표율 시뮬레이션 결과, 젊은 세대의 지지율은 높지만 정작 투표율은 낮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를 해도 박근혜 후보에게 진다는 말이 야권 인사들의 발언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전월세인상률상한제와 같은 확실한 개혁정책으로, 무주택 서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20~30대를 결집시켜 투표율을 끌어 올리는 것은 대선 승리의 관건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정권 교체만을 주장하고 정작 정권 교체를 이루어낼 수 있는 개혁 정책들은 확실하게 발표하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고 있다. 지금 양 후보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정권 교체'보다 '의제 교체'이다. 전월세인상률상한제와 같은 확실한 개혁 정책으로 의제를 교체하라! 그러면 정권 교체는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의제 교체 없이는 정권 교체도 힘들 것이다. 양 후보의 지금 같은 태도로는 20~30대를 결집시키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만약 <안철수의 약속>에서 전월세인상률상한제를 뺀 이유가 안철수 캠프의 서민주거안정 정책 책임자가 평소에 갖고 있던 '신념'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 차원의 문제를 야기한다.
지난 2011년에 야5당과 참여연대의 공동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2.8%가 찬성한 전월세인상률상한제가 그 책임자 한 사람의 신념 때문에 대선 공약에서 거부된다면, 이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더구나 안철수 후보가 소통을 중시하므로 그 정책 네트워크에 포럼을 만들어 가입하여 좋은 정책들을 제안하라고 홍보한 것을 그대로 믿고, <전월세 세입자 포럼>을 만들어, 서민주거안정 정책 토론회에 초대받아 참석하여 요청한 정책이 그 책임자 한 사람의 신념 때문에 거부된다면, 이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그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배포한 80쪽 자리 전월세인상률상한제 정책제안서는 우리 단체 회원들이 직장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정성을 다해 없는 시간을 쪼개서 손수 복사하고 링 바인더까지 끼워서 만든 것이었다. 이 정책제안서에는 그 책임자를 비롯하여 전월세인상률상한제 반대론자들이 제기하는 각종 비판들에 대한 답변들이 '전월세인상률상한제에 대한 의문과 해명'이라는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었다(필자는 이 항목을 보완하여 같은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기고하였다).
이 정책제안서를 그 책임자는 언쟁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아예 갖고 가지도 않고 그 자리에 내버려 두고 떠났는데, 이것이 과연 합당한 태도인가? 만약 <안철수의 약속>에 전월세인상률상한제가 빠진 이유가 그 책임자가 평소에 갖고 있던 신념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도대체 누가 그 책임자에게 국민의 72.8%가 찬성한 전월세인상률상한제를 대선 후보 공약의 의제에서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는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단일화 '방식'보다 더 중요한 단일화 '정책'이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이 재개되었다. 서로 이기기 위해 '단일화 방식'에 몰두하고 있는 두 후보는 정작 중요한 것이 '단일화 정책'임을 알아야 한다. 필자는 두 후보에게 전월세 폭등을 막을 수 있는 단일화 정책을 요구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전월세 폭등 기준은 소비자물가상승률(2011년 연평균 4.0%)을 고려할 때, 연 5%이다. 전월세 가격이 연 5% 넘게 오르면 그것은 폭등이다. 필자는 두 후보에게 묻는다. 당신들이 발표했던 기존 정책으로 전월세 폭등을 막을 수 있는가? 다시 묻는다. 막을 수 있는가? 막을 수 없다면 단일화 정책으로, 주택 전월세 인상률 상한을 2년 동안 최고 10%로 하는 전월세인상률상한제를 발표하라!
필자는 두 후보에게 요청한다. 명실상부한 서민 대통령이 되어 달라! 무주택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 다시는 전월세 폭등으로 세입자 17명이 자살한 1990년 봄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
당시 한 서민은 유서에서 "매년 오르는 집세도 충당할 수 없는 서민의 비애"를 절규하면서, "주택문제로 고민하는 가난한 성도들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그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였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 출범 1주년 기념자료집」, 1990). 두 후보가 서민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한 것이 정말이라면, 이 유서의 절규와 기도에 대해 진실한 정책으로 응답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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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이며 기독교학 박사이다. 주거권기독연대 공동대표이며, 희년사회 연구위원이다. 희년 교회, 희년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다. 토지 정의와 주거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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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상한제가 <안철수의 약속>엔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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