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마네 청년예술가들이 마을 주민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박기석
지난 10월 26일 충북 제천시 수산면 체육대회에서 '마을이야기학교'는 '이야기 품앗이'를 진행했다. 청년예술가들이 주민들에게 초상화도 그려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대가는 다만 이야기 한 토막뿐.
실제로 이번 행사는 '마을이야기학교'가 계획한 프로젝트의 일부분이다. 지금까지 대전리 안에 국한됐던 활동 폭을 이번 행사를 발판 삼아 수산면 전 지역으로 넓힌다는 생각이다. 그들은 오며 가며 자연스럽게 연대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 그림을 그려주거나 사진을 찍어주고 돈 대신 이야기를 받는다는 '이야기 품앗이'도 그런 차원에서 등장한 프로젝트였다. 행사에서 만난 차재숙(61·여·제천시 수산면 도전리)씨는 예술가들에게 막걸리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나는 원래 전통 자수를 하다가 전통 음식도 만들고 그래서 음식 종류가 전, 양갱, 부각 이런 종류를 좀 해요. 그래서 (음식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 그러면 내가 가르쳐 주지."차씨는 평소에도 여러 사람과 교류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농촌에서 문화교류를 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가 사는 도전리도 대전리까지는 차로 30분이 걸린다. 이번 행사에서 서로 만나지 못했다면 교류는 요원했을 일이다. 차씨는 이번 기회에 마을이야기학교와 계속 교류하길 바란다.
"제가 황토집도 짓고 거기서 살고 있는데, 이제 누가 와서 쉴 수 있는 쉼터로 구들방을 하나 만들고 있어요.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놀다 가고 쉬다 가고 그렇게 하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제 (마을이야기학교가) 한번 나를 초대해야지.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제공하고, 서로 뭔가를 나눌 수 있게 해야지. 교류를 하다 보면 나도 좀 쓸 만해. (마을이야기학교에도) 도움은 될 거야."지난 3년이 어느 정도 지역 기반을 다져 싹을 틔우는 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역 전체에 그 뿌리를 내려 줄기를 뻗고 열매를 맺겠다는 목표가 있다. 그 중심에는 김정헌 대표가 있다.
"문화예술로 세대간 차이와 갈등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목표는 단순히 평소 문화적 소양을 기르고 거기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소외계층에게 예술을 전파하는 것으로 그치자는 게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마을 자치·자립을 바라보고 주민들의 관행이나 습관 자체를 변화시키는 게 우리가 원하는 것이죠."김 대표가 말하는 '자치와 자립'은 지역 주민의 자발적 행정 참여를 뜻한다. 예술을 통한 마을 공동체 회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마을 구성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업이 무엇이며 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지 모르는 일이 잦다고 지적한다. 지역마다 자치정신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면(面)마다 의회 역할을 하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있지만 이런 단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주민이 대다수다. 이런 경우 위원회 차원에서 열심히 활동을 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행정에 참여하는 데 문화예술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예술을 접함으로써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고 삶을 주도하는 적극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존심보다는 자긍심이 중요합니다. 자긍심은 어떻게 살고 활동할 것인지를 정립하는 일이죠. 남과 비교해 비교우위에 만족하고 마는 자존심과는 성질 자체가 다릅니다. 예술은 자긍심을 길러주는 매개지 자존심을 높여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 활동도 이런 바탕에서 시작된 거죠."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마을이야기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