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관 맨홀 뚜껑으로 바닷물이 솟는 모습.
하병주
사천시와 공사 관계자에 물으니, 정씨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었다. 재해위험지 정비사업은 배수로 정비 중심으로 이뤄졌고, 집중호우가 쏟아지더라도 웬만한 빗물은 받아내도록 설계됐지만, 해수유입차단시설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곳에 설치된 수문은 유량 또는 수압에 따라 자동개폐 되는 이른바 '플랩게이트'였다. 즉, 육지부에서 많은 양의 빗물이 바다로 향하면 열렸다가 바닷물 수위가 더 높아지면 닫히게 되는 자동수문이다.
그런데 이 수문의 재질이 FRP로 매우 가벼워서, 파도나 너울이 일렁일 때마다 따라서 들썩거리는 게 문제였다. 말을 바꾸면 이 방식은 바닷물과 만나는 곳에서는 사용하기에 부적절한 것으로, 애초에 설계와 시공이 잘못된 셈이었다. 이로 인해 자동수문은 있으나마나한 시설로 전락했다.
뿐만 아니라 파도와 함께 수문이 들썩이며 내는 굉음은 또 다른 민원을 낳았다. 현장에서 만난 다수 주민들은 "파도가 심할 때면 '꽝..꽝' 하는 소리를 내질러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