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시장농민직거래 시장인 김장시장이 열린 곳에 현수막이 내붙었다. 이번엔 11월 15~17일(목금토)와 11월 22일~24일(목금토)에 시행한다.
송상호
"어제 하루 종일 밭에서 작업했다. 새벽 2시 반까지 출하준비 했다. 3시간 자고 여기로 달려왔다. 그런데도 장사가 이렇게 재밌는 줄 미처 몰랐다."이영이 농민은 50평생 장사는 처음이란다. 하지만, 어제도 다 팔고, 오늘도 다 팔고. 심지어 대파를 대량으로 주문까지 받아 놓았단다. 내일도 이 자리에 나와 팔라고 소비자가 당부할 정도라니. '기른 사람과 파는 사람이 동일하다'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현장이다.
이 현장을 전두지휘하며 동분서주하는 이가 있다. 양성면 김종석 농민(안성농민회 회장)이다. 그도 이번 시장에 농산물을 내놓으려고 만발에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이게 웬 운명의 장난인가. 추수 때 즈음해서 고라니가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것. 고라니 때문에 자신의 채소를 팔진 못했지만, '우리 안성 농민들의 채소'는 힘을 모아 팔고 있다.
그와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몇달 동안 농민교육을 했고, 이제야 선을 보인다. 25농가가 참여하기로 했다. 이것은 농가 본인이 가격을 결정하고, 본인이 배달도 하고, 본인이 책임지는 시스템이다"며 설명해준다.
그는 "사실 농사가 어려운 게 아니라 농산물 판매가 더 어렵다. 그동안 농민 개인이 알음알음 직거래를 해왔다. 늘 직거래 시스템이 아쉬웠다. 앞으로 농민 직거래 시장뿐만 아니라 '직판장개설, 꾸러미 사업(가정으로 농산물 배달하는 시스템)진행'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며 계획을 밝혔다. 바야흐로 농민들의 로망인 직거래 시대를 열고 있다.
이어서 그는 "지금의 김장시장은 시범사업이다. 이 시장을 운영해 문제점을 보완한 후 내년엔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내년 4월엔 봄채소 직거래 시장을 열 계획이다. 그 땐 농민들도 회원제로 운영된다. 안성농민 누구에게나 참여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사업의 숙제를 '농민들의 이해 부족, 기존 상인들과의 이해관계 조율, 홍보 부족' 등으로 꼽았다. "이 사업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업이 아니라 어쩌면 농민들의 사활이 걸려있다"며 절실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