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에 핀 철쭉1늦 가을 만추에 도시에서 피어난 철쭉무리들
장유근
'철이 없거나 철을 모르거나.'
요즘 가끔씩 볼 수 있는, '철 모르게 피어난 꽃'을 보며 떠올린 생각입니다. 상식을 뒤집고 있는 일이 백주에 일어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우리들의 상식 속에서 꽃들은 봄에 피는 게 당연합니다. 특히 사계절이 뚜렸했던 우리나라에서 가을 또는 겨울에 피는 꽃의 속내는 알 길이 없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동의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꽃이 아닌 다음에야 꽃의 속 마음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인간만 오감을 가지고 있다고 광신도처럼 믿고 지지하고 있는데, 꽃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한다는 건 사람들로부터 '미친 사람' 정도의 평가를 받기 딱 좋다고나 할까요.
이 기사 안의 사진들은 지난 9일 개포로 삼성병원 네거리 화단에 조성된 철쭉 무리들입니다. 따사로운 가을 볕에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자동차 신호 대기 중에 목격한 이 장면 때문에 차를 세워두고 촬영을 했습니다. 철쭉 무리 주변에는 가을색이 완연한 데 철쭉들은 어쩌자고 한 송이도 아니고, 한 그루도 아니고, 무리로 피어났습니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보는 동안 "우리에게 날씨를 돌려다오"라며 단체로 시위로 나선 것 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제 철이 아니라도 한두 송이 꽃 정도는 본 적 있지만 이렇게 무리지어 핀 철쭉은 처음봤습니다.
철쭉이 집단 시위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