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서해성 작가와 인터뷰 하고 있는 월드컵시장 상인 이성진씨
신한슬
- 어떻게 장사를 시작했나?
"원래는 체육관을 운영했는데, 자녀가 셋이다 보니 도저히 (생활비가) 답이 안 나온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 내가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장사를 하게 됐다. 한 4년 정도 됐다."
- 영업시간이 어떻게 되나?
"기상 시각은 오전 4시고,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사 와서 오전 6시에 (가게를) 오픈한다. 오후 11시에 (가게를) 닫고 집에 들어가면 보통 자정이나 오전 1시 이렇다."
- 보통 일이 아니다. 월급으로 치면 두 배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법정)근로시간이 보통 8시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상인들은 노동 시간이 기본이 12시간·14시간이다. 저 같은 경우는 17~18시간이나 된다. 그렇게 우리 상인들이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데, (이런 곳에) 우리 생존권을 뺏기 위해서 대형마트가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억울하고 분통 터질 따름이다."
홈플러스 반대운동이 시작된 뒤 4시간 남짓이었던 이성진씨의 수면시간은 더욱 줄었다. 이성진씨는 "대책위에 참여했는데, '어떻게 하면 홈플러스 입점을 저지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다가 오전 2시까지 회의가 계속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성진씨와 상인들은 '생존의 어려움에다가 정치적 무게까지 함께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 자녀분들이 아빠가 이렇게 머리띠를 두르고 나서는 걸 아는지?
"아직 모를 겁니다. 가게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어도,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버텼다. 우리 큰놈이 올해 대학 입학을 했는데 "아빠 힘내세요" 그런 말을 하더라. (덕분에) 저는 자신감을 가지고 끝까지 홈플러스를 저지할 수 있겠다는 마음에 여기(집회)에 참가했다."
- 큰 따님이 대학에 가셨군요. 요즘은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다던데?
"저는 솔직히 사교육비는 별로... (보태지 못했고요) 스스로 그냥..."
사교육비 이야기가 나오자 이성진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대선 올레' 공동 진행자인 서해성 작가는 그의 '말줄임표'를 "체육관을 하다가, 자녀를 키울 수가 없으니까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과외는 못 시키겠더라'는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이성진씨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선후보들, 지킬 수 있는 말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