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MBC 장기파업 관련 청문회에 핵심 증인인 김재철 사장 등 MBC측 관계자들이 불출석해 파행을 빚고 있다.
남소연
결국, MBC 청문회 개최 안건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청문회 당일인 12일 오전에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회의장에 전원 불참했다. 김 사장 증인출석 거부에 이은 새누리당 보이콧으로 MBC 장기파업 관련 청문회는 끝내 파행을 빚고 말았다.
방송사 노조의 반발과 언론계·학계·시민사회단체의 거센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 사장은 당당하고 뻔뻔하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청와대의 '봐주기' 또는 '훈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이 MBC 김 사장의 해임을 막기 위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양 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당 추천) 김충일 방문진 이사에게 하금열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박근혜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이 '김재철을 지켜라, 스테이 시키라'는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문진의 일부 여권 추천 이사들과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지난달 하순 김 사장 해임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두 사람의 개입으로 합의가 무너졌으며,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해임안 상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 주장대로라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김재철 체제'를 사수하려는 것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과 한 달 전 "공영방송 사장 선출도 국민이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투명하게 하겠다"던 박 후보의 발언은 진심이 아니었던 걸까? 그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 청문회 불발과 방문진 해임안 부결이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진행됐다. 암묵적 동의와 외압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길환영씨 KBS 사장 임명...KBS도 MBC처럼?공교롭게도 KBS 이사회가 지난 9일 길환영 부사장을 새사장 후보로 뽑았다. 길환영 부사장이 누구인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TV제작본부장과 콘텐츠본부장을 맡아 일해 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파문, 방송인 김미화 블랙리스트 파문, G20 특집 프로그램 과다편성 파문 등으로 '편파방송의 종결자'라는 비판을 받아온 장본인 아닌가.
지난해 2월 KBS 새노조가 실시한 본부장 신임투표에서도 88%의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대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사 사장에 선임된 것이다. 사장을 뽑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KBS 이사회는 전체 11명. 이들 중 7명이 여당 추천 인사들이다. 여당 추천인사가 훨씬 많은 KBS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새누리당과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방송을 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와 박 후보 캠프가 개입해 MBC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켰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마당에 공영방송의 불신과 편파성 시비는 더욱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대선을 앞두고 방송사들의 친여 편파보도 지적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오히려 여당인 새누리당은 '편파 방송'을 걱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권영세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야권 단일화 회동 이후 방송 3사의 보도비중이 현저하게 형평성 잃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회동 제의 이후부터 보도 양을 시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박근혜 대선 후보의 보도 분량이 다른 후보보다 현저히 적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권 실장은"내용면에 있어 편파성도 심각한 상황"이라며"각 방송사가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입장에서 형평과 균형을 맞춰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심지어"세 후보에 대해 3분의 1씩 보도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후보 단일화할 쪽을 50%, 박근혜 후보를 50% 보도하는 게 맞다"는 억지까지 부렸다.
민언련과 언론노조 등의 분석을 보면, 후보 단일화와 관련된 지상파 방송 보도는 오히려 새누리당 쪽에 유리한 '편파성'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지상파 방송, 특히 KBS와 MBC 두 공영방송사 체제가 여당과 현 정권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구도임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방송사 보도가 박 후보한테 유독 편파적"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더 이상 눈뜨고 봐줄 수 없을 지경이다. 방송사들의 대선 보도를 아예 '박근혜 뉴스'로 도배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렇게 억지를 부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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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가 '알까기'? 막가는 M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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