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8월 6일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을 위한 기도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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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누구입니까? 죄 없는 광주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았던 주범입니다. 헌정을 유린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목사들은 "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서 사회 구석구석에 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했고, 어떤 목사는 전두환을 "여호수아 장군 같이 되라"고 칭송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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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전두환을 이스라엘 지도자였던 여호수아가 되라고 한 것은 목사가 신성 모독을 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전두환을 여호수아에 비유한 1980년 국가조찬기도회는 한국 개신교사에서 지울 수 없는 오욕과 굴종을 남겼습니다.
우리 헌법은 분명 정교분리가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조찬기도회는 이처럼 헌법이 명시한 정교분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헌법 정신을 유린하는 권력자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최고권력자를 위한 충성의 도구였던 셈입니다. 권력자는 기독교를 적절히 이용하고, 일부 목사들은 하나님보다는 권력자에게 충성했습니다. 이른바 공생관계였습니다. 종교와 권력이 공생하면 권력도 죽을 뿐 아니라 종교도 죽습니다. 한국 개신교가 생명을 잃어버린 이유는 바로 이 조찬기도회가 단단히 한몫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두환 이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는 최고권력자가 조찬기도회에 참석은 했습니다. 하지만 조찬기도회가 최고권력자를 찬양하는 도구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장로'와 '대통령' 구별을 못한 것입니다. 하기사 서울시장 재임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이 대통령은 신앙과 통치행위를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교회 역사에서 한국교회가 가장 썩었다"고 외쳤습니다. 한국개신교를 평가한 말 중 가장 완벽한 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썩었는 데 무슨 선한 것이 나오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신교 목사이기 때문에 한국 교회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한국개신교 역사에서 부끄러움만 남긴 국가조찬기도회를 끝내는 일입니다.
박·문·안, 누가 되든 내년 국가조찬기도회 불참하길<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안 후보 측은 "국가조찬기도회 행사는 처음부터 불참하겠다고 알렸고, 참석하겠다고 번복한 적이 없다"고 밝혔답니다. 불참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12월 19일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내년부터라도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지 않길 간절히 부탁합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신교 목사가 간곡히 부탁합니다. 세 후보 모두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지 않는 첫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가조찬기도회, 이제 부끄러운 역사를 끝낼 시간이 됐습니다. '사꾸라 목사'로 오해할까봐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창조론, 성경무오와 동정녀 탄생과 십자가 죽음 그리고 육체부활을 믿는 아주 보수적인 목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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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님들, 부끄러운 역사를 끝낼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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