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24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1주년 합동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재현
시장님께서는 취임 이후 SNS를 통해 시민과 활발하게 직접 소통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전임 시장들에 비해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저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께서는 혹시 봉천동 12-1 구역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저희 진보신당 소속 나경채 관악구의원은 지난 10월 언론 기고를 통해서 봉천 12-1 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딱한 처지를 전한 바 있습니다. (
관련기사) 나 의원에 따르면 사업추진을 하는 조합은 법적으로 보장된 주거 이전비와 임대주택 입주권까지 주지 않으려 했고 이에 대해 저항해 온 월 15만∼20만 원에 살던 월세 세입자들은 생존을 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도, 관악구도 방치한 사이에 세입자 대책위원장이 죄인처럼 조합장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봉천동 12-1 구역은 지난 6월 진행되려는 강제철거를 시장님의 지시로 막았던 곳입니다.
당시 박원순 시장께서는 아무리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절차라도 강제철거는 안 된다며 '합의에 의한 추진'을 지시한 바 있고, 페이스북에 올라 온 이러한 내용을 본 시민들은 열광했습니다. 이에 봉천동 세입자들도 희망을 품게 되었지만, 결국 세입자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위해서 죄인처럼 조합에 구걸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을 알게 된 후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박원순 시장께서 지난 6월에 보였던 봉천 12-1 구역에 대한 관심이 그저 스쳐 가는 제스쳐나 반짝하는 보여주기식 SNS 정치가 아니었다면, 그 세입자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으시라 주문했습니다.하지만, 박원순 시장께서 봉천동 세입자들을 만났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SNS를 활용한 소통은 그 특성상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변화보다는 우호적인 시민에게 그때그때의 만족감을 안겨주는 방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이번 언론보도에 대해 박원순 시장께서 페이스북에 보여주신 반응도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앞서 여러 차례 이야기한 것처럼 그동안 서울시정에 대해 애정 있는 비판을 지속해 왔습니다. 저희의 비판적인 인터뷰에 대해 무엇에 대한 비판인지 한 번 더 생각하기보다는 SNS를 통해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에 대해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마을만들기'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의 문제진보신당 서울시당이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지난 1년여 박원순 시정에서 노동에 대한 관심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최근에 서울시는 작년 보궐선거 당시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 그리고 민주노총과 합의한 정책협약의 주요한 내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대표적인 사례가 노동복지센터입니다.
애초 25개 자치구에 하나씩 설치하기로 했으나 4개로 축소되었으며, 2012년 예산 편성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일방적으로 삭감되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정책협약으로 합의한 사항에 대해 일방적으로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노동복지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서울시의 비정규직 대책 역시 '기대이하'라는 사실입니다. 서울시의 비정규직 대책, 특히 서울시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서울시의 의지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하반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서울시가 9월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했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연구용역'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10월 말로, 11월 말로 계속 연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례로 다산콜센터가 있습니다. '일일 평균상담 3만5000여 건, 5년 누적 상담 4400만 건 돌파' '전화민원 만족도 95.7점으로 2배 넘게 급상승'... 서울시가 지난 9월 13일 '숫자로 보는 120다산콜센터 5년 성과'의 내용입니다. 서울시의 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다산콜센터 120 서비스는 서울시의 공공행정에서 '대민' 밀착도가 가장 높고, 만족도 역시 높은 '서울시 대표 브랜드' 정책입니다.
하지만 다산콜센터에서 상담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서울시에 직접 고용된 것이 아니라 3개 위탁업체에 나뉘어 고용된 채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콜센터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민간위탁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고통받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보다 열악한 환경과 처우를 받으며 힘들게 일하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마을만들기'는 과연 무슨 의미로 다가올까요?
천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서울시장이라면 노동 문제, 특히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마을만들기' 사업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욱 중요한 과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무리일까요?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서울시가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쳐나가길 바라고 긍정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환영합니다. 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애정 있는 비판을 계속할 것입니다. 박원순 시장께서도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는 SNS를 통한 소통에 치중하기보다는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소통하시기를 바랍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겨울 서울역 앞 노숙인들과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그리고 다산콜센터에서 민간위탁 간접고용으로 일하고 있는 상담노동자들, 편의점에서, PC방에서,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청년들을 찾아가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한 걸음 가까워지는 시정을 펼치시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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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님, SNS 우물에서 나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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