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나란히 자리에 앉고 있다.
남소연
세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어 있다. 단일화가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약간 상승세를 보이는 것 외에 큰 변동이 없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었던 건 모범생 이미지, 정책의 파격성과 창의성이 떨어지고, 좌클릭으로 인해 이념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3의 길을 감으로써 좌우 양진영으로부터 비판 당하다가 좌절했다는 경험을 교훈삼아 좌클릭했고, 노무현을 넘어서야 한다는 진보진영의 지식인, 시민사회단체, 언론에 굴복했다. 감으로 정치를 분석하면 목소리 큰 소수의 말에 끌리게 된다. 그러나 선거는 1인 1표이기 때문에 조용한 다수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된다. 그래서 신념보다는 과학을 믿어야 한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된 것 또한 시대정신을 잘못 읽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누구에게 왜 지지를 받고 있는지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안 후보의 지지는 정치무관심자와 냉소주의자, 반정당주의자, 진보당을 지지하지만 진보당이 수권가능성이 없어 혹은 구당권파가 싫은 진보주의자, 민주당 내 친노가 싫은 구민주계, 양당이 싫은 제3당 지지자 등이 결합된 것이다. 세력이라고 하기엔 민주당만큼도 정체성이 없고 다양하다.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다양한 세력이 모여 정체성이 약하고, 분열하고, 패자가 민주적 절차에 승복하지 않고 기회주의자가 되는 고질적 문화 때문인데 안 후보의 지지자는 이보다 더 다양하다.
공동정부를 제안했던 문재인 후보도 안 후보의 지지자와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본다. 어차피 정치불신자, 무관심자, 반정당주의자는 어떤 유인이 있어도 정당지지자가 되지 않는다. 지구상에 백퍼센트 국민이 정당을 지지하는 나라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양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70%가 넘는 건 한국정치사에서 정당이 국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최고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안 후보에 대한 지지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라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야권 내 비주류가 자신들을 대변하면서도 당선가능한 후보를 갖게 되었다는 게 더 정확하다.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가 더 경쟁력을 보였던 이유는 경제 쟁점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중도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야권지지자 중에서는 문 후보가 안 후보를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본선에서는 총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단일화가 되어도 경제적 좌파만으로는 승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후보나 정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정책과 쟁점을 활용한 선거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정책중심의 선거전략은 특정부류의 유권자를 타깃으로 한다. 70~80% 정도의 유권자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오래 전부터 예견했던 대로 이번 대선에선 양당의 정당재편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정당에 대한 안정된 지지가 투표 선택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당파가 정책선거의 정밀타격 대상이 된다. 고연령 정치불신자는 어차피 투표를 안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백지상태인 20대, 정책에 민감한 수도권 30~40대 고학력자가 정책투표의 대상이 된다.
이번 대선의 승부처는 교육정책 올 대선의 최대 선거 쟁점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복지를 꼽는다. 일자리, 경제민주화 등도 화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쟁점에서는 여야 간 큰 차이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선의 시대정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여당도 좌클릭을 했으며 복지쟁점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실질적으로 디테일을 비교하면 양당의 복지, 경제민주화 정책은 크게 다르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유권자가 그걸 구분해 내도록 선거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쟁점은 합의쟁점일 뿐만 아니라 전형적으로 어려운 쟁점으로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 박근혜-김종인의 갈등은 여당에게 실점을 허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박 후보가 김종인과 결별을 선언하게 되면 중도층에게 반드시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전통적인 야권의 지지자였던 화이트칼라 중에서 대기업 직원의 경우는 급격한 재벌개혁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권도 재벌개혁의 정책내용은 꼼꼼히 준비하되 수사가 중산층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도록 재벌개혁을 법과 기회의 공정성이란 프레임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올 대선의 최대선거쟁점은 아직까지 공론화되지 않는 곳에서 터질 가능성이 크다. 원래 선거의 쟁점이란 이미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지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유권자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을 후보자가 끄집어낼 때 위력을 발휘한다. 마치 땅 속에서 끓고 있던 마그마가 작은 틈이 만들어지면 무서운 속도로 땅 위로 분출하는 것과 같다.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도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다.
2012년 대선의 최대 쟁점은 무엇일까?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처럼 어떤 우연한 사건이 터질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교육이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하도 오래 고통을 겪다 보니 교육을 바꾸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때문에 잠재적 욕구는 있지만 그것이 선거쟁점으로 표면화한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교육에 관한 한 현재의 경쟁 시스템이 다수의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역사와 유교 문화, 주입식 교육으로 성공을 이룩한 산업화의 신화 등이 현재 교육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걸 가로 막고 있는 거대한 바위였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들의 혁신학교를 경험하면서, 또 이명박 정부의 경쟁교육의 폐해를 체감하면서 진보가 보수보다 교육에서는 잘한다는 평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진보는 평등교육 즉 획일적인 교육을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혁신학교가 아이들의 인권과 개성을 존중하는 다양성 교육을 한다는 걸 경험한 학부모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외국으로 탈출하거나 대안학교를 찾는 데에서 더 나아가 자기가 사는 동네의 학교를 혁신학교로 바꾸고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학부모가 급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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