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사장이 10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원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조재현
김재철 사장님! 당신이 이겼습니다.
김재철 사장님. 먼저 축하를 드려야겠군요. 방문진이 사장님에 대한 해임안을 부결시켰습니다. MBC 구성원들이 170일 파업을 하며 그토록 열망했던 '김재철 해임'이 물 건너간 것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기대했던 '김재철 퇴진과 MBC의 정상화'가 요원해졌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귀신도 놀라서 달아날 일입니다.
여성용 화장품이나 가방 등을 구입하면서 법인카드를 하루 백만 원씩 쓴 것이나, 특정 무용가 J씨에게 공연 명목으로 20억 원 넘는 돈을 몰아주고도, "돈과 여자에 관한 한,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하는 뻔뻔함은 이제 얘깃거리도 안 됩니다.
김재철 사장님은 재임 기간 두 번의 파업에 직면했지만 둘 다 이겨냈습니다. 그 중 한 번은 방송의 역사를 새로 쓴 170일 파업입니다. 조합이 파업을 하면 정상적인 사고의 CEO들은 회사의 손실을 막기 위해 서둘러 파업을 종결짓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오로지 '배째라' 전략으로 버텼습니다. 회사가 망하는 게 두려우면 조합이 먼저 파업을 접으라는 역발상이지요. 그리고 이번에도 파업을 재개하면 즉시 '시용' 직원들을 추가로 뽑아 회사를 더 망가뜨리겠다고 위협하고 있지요. 정말 '탁월한' 전략이자 배포입니다.
김재철 사장님은 파업 이후 MBC에서 나름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자와 PD, 아나운서들만 골라 100명 넘게 현업에서 내쫓았습니다. 그 자리에는 자질이나 자격이 검증되지 않은 임시직 '시용' 직원을 고용해 간단히 메웠습니다. 비판적인 언론인보다는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기능인들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그래도 방송은 멈추지 않고 잘 굴러간다는 걸 또 보여주셨지요. 정말 상상밖의 일입니다.
그 바람에 뉴스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정부여당에 대한 노골적인 '편들기 보도'로 조중동보다 못한 저급한 '찌라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야당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뉴스를 흉기 삼아 마구 찌르고 있습니다. MBC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은 열 달 가까이 불방 중이지만, 방송을 재개할 적극적인 의지조차 없습니다.
그 결과 지금 MBC의 신뢰도는 사장님 취임 전의 1/3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조선일보에도 뒤지게 되었지요.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한 자리수로 추락했습니다. 방송 사고는 일상이 되고 종편과 경쟁해야 한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노동조합 때문이라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게 끝납니다.
이 모든 일에도 김재철 사장님은 방문진의 신임을 또 한 번 확인하는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아니, 기적이 아니지요. 김재철 사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거가 있는 해의 방송사 사장은 정치권에 대해 '슈퍼 갑'이라고요. 그래서 자신은 절대 잘릴 일이 없을 것이라고요. 맞습니다. 사장님 말씀이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박근혜 후보, 확실히 김재철의 손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