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겨울바다>(제4편) 공연 모습
전북 오페라단
창작오페라 <봄 꿈>은 나라의 미래요, 우리 모두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이 현장 체험학습을 위해 근현대 역사박물관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되며 박물관 해설사가 전해주는 역사 이야기로 하나씩 풀어간다.
1960년대 전시관에서는 자유당정권에 의해 대대적인 부정행위가 자행되었던 3·15 부정선거와 학생과 시민의 주도하여 일으킨 4·19 혁명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의 감옥생활이 그려지고 5·16 군사쿠데타 이후 순박한 동네 주민 사이에 벌어지는 희생자들의 숨은 이야기 등이 펼쳐진다.
이어 1970년대 전시관으로 이동한 아이들은 말로만 듣던 유신선포(1972년 10월)의 실체와 사실상 박정희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유신정권 체제에서 인권과 자유를 갈망하며 군사독재에 항거했던 젊은이들을 만나고 시대의 시린 바람을 체험한다.
멀지 않은 과거인 1980년대 전시관에 들어선 아이들은 파릇하고 따사한 봄을 기대한다. 그러나 마음뿐, 5·18 광주민중항쟁 때 무시무시한 계엄군의 군화에 짓밟히고 끌려가는 모습, 총칼에 꽃잎처럼 쓰러져간 무고한 시민의 생명 앞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땅을 차갑고 시린 겨울바람 속으로 몰고 갔던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용기와 희생으로 봄의 꿈을 이루어낸 이들의 혼이 숭고한 정신으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깨닫는다. 또한, 앞으로 나라의 미래를 환하게 비출 등대지기가 되어 봄의 꿈을 지키고 이루어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오페라, 유신 폭력을 평화로 승화시키는 게 목적" 조 단장은 "총 7부작으로 기획한 창작오페라 만인보는 고은 시인의 장편 서사시를 10년 단위로 세분화한 한국 최초의 역사공연물"이라며 "총 7부작이 완성되면 세계 최초의 공연물로 큰 의미가 부여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인보>는 세계 최초로 사람을 주제로 노래한 연작시집으로 지난 1986년 <세계의 문학>에 연재를 시작해 그해 창작과비평사에서 1∼3권이 간행되었다. 또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다양한 군상을 통해 삶과 죽음, 실존과 폐허, 이데올로기 등을 성찰한 고은 시인의 대표적 인물 서사시이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여서 오해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 단장은 "특정 인물을 비판하기보다는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이 유신의 폭력을 용기와 평화로 승화시켜 찬란한 봄을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그래서 제목도 '봄 꿈'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군산의 문화자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작품 설명을 마친 조 단장은 자신의 희망도 피력했다.
"만인보 오페라 1~5편을 모은 <봄 꿈>은 한국 최초로 시대에 따라 국악과 대중음악(트로트·재즈·포크 등)을 도입해 대중의 눈높이에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기획·제작도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원작(<만인보>)에 걸맞도록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부족하지만 군산의 문화자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1990년대 중반 임동창 피아니스트 소개로 고은 시인과 인연을 맺고 만인보 공연을 통해 그의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는 조 단장은 "많은 사람이 '고은은 고향에 해놓은 게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는데 저는 그가 군산에서 태어난 사실만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조시민 단장은 "2013년에 선보일 작품(제7편)은 미래 이야기로 통일된 조국,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대통령 선거를 축제로 그리는 내용이며, 타이틀은 <아리랑>으로 정했다"며 "고은 시인에게 작품(詩)도 받아놨다"며 대중의 격려와 관심을 부탁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유하기
"유신 폭력을 평화로 승화시키는 게 오페라의 목적"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