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산 성혈화성의 성돌을 뜨던 여기산 바위에 있는 성혈
하주성
장안문은 신앙의 대상이었다수원 화성을 수없이 다녀본 사람들도 장안문이 신앙의 대상물이었다고 하면, 아마도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언젠가 어느 분에게 장안문은 많은 사람들이 기원을 하던 장소였다고 하였더니, 무슨 정신 빠진 소리냐면서 핀잔을 들은 기억이 있다.
장안문의 안쪽에 보면 성문을 견고하게 하기 위한 받침돌인 기단이 있다. 성 안에서 성문을 바라보고 좌측 기단에 보면 10여 개가 넘는 성혈이 있다. 화성이 축성된 후 사람들은 장안문에 와서 기단석에 성혈을 판 것이다. 화성의 4대문 가운데도 가장 큰 장안문, 그리고 그 성문을 받치고 있는 기단석. 그곳에 성혈을 판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는 그 장안문처럼 웅장하고 단단한 아들을 점지해 달라고 빌었을 테고, 또 누군가는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길을 떠난 서방이나 아들이 꼭 장원급제하기를 염원해서 성혈을 파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장안문, 그리고 그 문을 받치고 있는 든든한 기단석. 그곳에 성혈을 파면서 얼마나 속으로 많이 기원을 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