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인터뷰의 주인공 김송미씨
강소영
- 뭐하고 왔어?"병원 근무가 끝나고 난 뒤에 친절교육이 있었어요. 직원들과,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강사가 KTX 여승무원이었던 분이었는데, 예전에 정리해고 당하고 복직요구하면서 싸우다가 웃음치료를 통해 많은 경험을 해서 강연을 많이 다니신다고 해요.
그 다음엔 비정규직 센터에서 상담을 좀 받고 왔어요. 지금 병원이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연봉협상하는 과정에 있거든요. 알아야할 게 많은 거 같아서 좀 배우고 왔죠. 병원내 취업규칙에 대해서 상담도 하고요."
- 원래 임금 협상할 때 이런 거 알아보고 갔었어? "아뇨. 부당한 일을 많이 겪어서 이번엔 좀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싶었죠. 평소에 관심 없던 문제였는데 이제야 알려고 하니까 이것도 어려운 일이네요."
- 직장생활한 지는 얼마나 됐지?"약 5년? 대학 졸업하자마자, 22살 때 부터 일했어요."
- 병원에는 어떻게 취직하게 된거야?"대학에서 보건행정학을 전공했어요. 이걸 전공하면 대부분 일하는 곳이 병원이나 보험회사예요."
- 병원에서 일하니 어때."예전엔 '병원'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비영리를 추구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가난한 사람들 치료해주고… 그런데 그런 곳이 아닌 걸 알게 됐죠. 철저히 영리를 추구하는 곳임을 깨닫고는 회의감을 많이 느꼈어요."
- 그 회의감을 어떻게 극복했어?"극복한 게 아니라 그냥 인정해 버리게 되었어요. 예전에 중국인 환자가 병원에 왔었는데, 치료비가 모자란 거예요. 그것도 몇 십원? 아주 적은 돈이 모자랐는데 저는 철저히 병원의 입장에 서서 그 돈을 다 받아야만 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회의감을 많이 느꼈죠. 지금은 그런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돈을 받아내는 사람이 됐고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절단동의서라는 것을 환자랑 보호자들한테 받는 업무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게 설명하기도 힘들고 너무 무서웠어요. 인체의 일부분을 절단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거잖아요. 근데 이제는 그것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요. 한번은 어떤 보호자가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냐'고 하더라고요. 이런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 병원에서 일하면서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은 어떤거야?"월급이 가장 그렇죠. 당직에 의해서 월급이 좌우되는 느낌이랄까. 기본적인 월급이 있고, 당직 수당이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것이어야 하는데, 되려 당직을 서야 월급을 제대로 받은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하는 일이 반복적인 일이라서 발전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요."
- 그런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처음엔 퇴근하고 집에 가서 그냥 잤어요. 먹고 울고 자고. 먹고 울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병원이 너무 싫었어요. 그러다가 한 번 그만뒀죠. 다른 곳에서 일했는데 거기는 더 열악한 거예요. 그러고 나서는 지금 이 일에 만족하게 됐어요."
- 상대적으로 만족스럽게 된 거네. 씁쓸하다."욕심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잊혀지게 되나봐요. 그리고 현실에 익숙해지게 되고요."
- 가장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임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해?"우선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이 부당한 건지 알아야 하잖아요. 뜻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공부하고 부당한 것들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내가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 일을 하면서 채울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 그런 건 어떻게 해?"2년제 대학을 나와서 4년제 사람들에게 많이 치였어요. 그래서 방통대도 다녔고 주말이 너무 무료해서 봉사활동을 해볼까 하고 통일마당에 있는 봉사동아리에 가입했어요. 중국어도 배워봤고요.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대로 활용하려고 노력은 했죠."
무언가를 해보고 싶지만, 아직 행동하기가 두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