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2] 운곡서원(雲谷書院; 위)과 경주유연정(慶州悠然亭; 아래)
남병직
유연정 곁에는 전통발효음식점인 '향정원'이 들어서서 손님을 맞이한다. 주인장은 집을 가꾸는 솜씨가 제법인 모양인지, 올망졸망한 장독대들과 아담한 야생풀꽃들이 자그마한 마당에 머리를 맞대고 앙증맞게 둘러앉았다. 아침나절 느닷없이 찾아든 운 좋은 나그네는 투명한 햇살 아래 반짝이는 노란 은행바다의 물결에 점점이 잠겨들며 잠시 넋을 잃는다.
운곡서원은 1784년(정조 8)에 지방유림의 공의로 권행(權幸)의 공적을 추모하기 위한 추원사(追遠祠)로 창건되었는데, 뒤에 권산해(權山海)와 권덕린(權德麟)을 추가로 배향하면서 운곡서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뒤 1868년(고종 5)에 흥선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가, 1976년에 복원하여 오늘의 모습에 이른다.
서원은 문중 소유인 탓에 문이 잠겨 출입이 어려웠지만, 건너편 나지막한 야산에 발품을 팔면 서원의 전체 배치를 한눈에 파악할 수가 있다. 경내의 건물로는 3칸의 경덕사(景德祠), 신문(神門), 5칸의 중정당(中正堂), 각 1칸의 동무(東廡)와 서무(西廡), 각 3칸의 동재(東齋)와 서재(西齋), 외삼문(外三門), 6칸의 유연정(悠然亭), 주소(厨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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