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원전이 아니면 전기료를 40%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원전을 좋아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2월 22일 취임 4주년을 맞은 특별 기자회견에서 "원전을 쓰지 않으면 전기요금이 40% 올라가야 한다"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원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은 유언비어 수준이다.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전기요금은 자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정책적으로 정한다. 그런데 어떻게 "전기요금 40% 인상"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가정용 전기요금을 올릴지 말지는 정책적인 판단의 대상이다. 가정용 전기소비가 전체 전기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전기요금 40% 인상" 운운하는 건 국민을 협박하는 일이다.
원전 쓰지 않으면 전기요금 40% 인상? 전력난에 대한 이야기도 괴담수준이다. 지금 전력난이 문제가 되는 건 원전을 가동중단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기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도록 정부가 방치해 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2008년 기준으로 8423kWh로 국민소득이 훨씬 높은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을 넘어섰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OECD 국가들의 전기소비량이 10% 이내로 증가하는 동안 우리는 124%가 증가했다. 이렇게 빠른 전기소비 증가의 원인 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산업용 전기를 지나치게 싸게 공급해 왔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전기소비 비중을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산업용(광업, 제조업)이 53.6%, 일반용(영업용)이 22.4%, 주택용(주거용)이 14.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전기소비의 절반 이상이 산업용이다.
실제 안호덕 기자의 오마이뉴스 기사
<몰랐다...주택용 전기요금의 황당한 진실>에 따르면 2011년 9월 종별 전력 사용량 및 전기 요금 총액을 확인한 결과, 주택용은 전체 전력 중 16%를 사용하고 전체 요금 중 21%를 부담했다. 그에 비하여 산업용 전력은 전체 전력의 55.5%를 사용하고 전체 요금의 47.7%를 부담했다. 일반용 전력은 전체 전력 중 23.6%를 사용하고 27.6%의 전기요금을 부담했다.
가격을 비교해도 그렇다. 가장 요금이 저렴하다는 경부하 시간대 (23: 00-9:00) 사용요금인 일반용 '을'은 kWh 당 52.6원, 산업용 '을'은 kWh 당 52.3원에 불과하다. (300kWh 이상 계약자에게 적용되는 일반용 '을', 산업용 '을' 사용자가 우리나라 전체 전기 사용량의 75% 정도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가장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주택용 저압 100kWh 이하 사용자에게 적용되는 57.3원보다도 싼 요금이다. 더구나 산업용과 일반용은 주택용과는 달리 누진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해 왔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유류 등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던 산업공정에서 전기를 사용되게 되었다. 전기가 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등유가격은 2002년 대비 2008년에 123.6%, 경유가격은 138.1% 오른 반면 전기요금은 5.8% 인상에 그쳤다.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전기를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니 더 많이 쓰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전은 대규모 적자를 봐 왔다. 2008년에는 한전이 무려 3조 7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니 적자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
아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내 제조업의 전력소비는 크게 증가해 왔고, 특히 가열·건조 공정의 전력소비가 급증해 온 것을 알 수있다. 과거에는 유류를 사용하던 공정을 전기로 대체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