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 꽃살 무늬 내소사 꽃살과 함께 18세기 불교건축을 대표하는 미술품이라는 평가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국은정
얼마 간 공간 탐닉이 끝나고 발길은 자연스럽게 건축물들로 향했다. 가장 많이 눈길이 머문 곳은 보물로 지정되었다는 대웅전(보물 제 408호)이다. 건축물에 대한 식견은 그리 많지 않지만 무식한 내가 보기에도 그 품새가 예사롭진 않았다. 지붕 아래 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려고 기둥머리에 짜맞추어 댄 나무쪽인 '공포'는 그 입체감이 마치 여러 개의 속치마를 챙겨 입은 공주의 드레스를 연상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화려한 느낌만 나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동안 할퀴고 갔을 바람의 흔적이 역력했다. 애써 단청을 자주 덧바르지 않아 색이 바랬지만 오히려 그 편이 더 운치 있고 고풍스럽다. 기둥으로 쓴 나무는 재단하지 않은 본연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 넣었기에 마치 그 기둥들은 본래 그곳에 서 있던 나무이고, 벽이 그 나무들 둘레에 가서 붙은 것 같다. 그래서 정겹고 친화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대웅전이 지닌 가장 큰 보물은 다름 아닌 '나무 꽃살'이다. 오래 전 내소사에서 보았던 꽃살과 겨룬대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나무문에 새겨진 연꽃, 모란, 국화 등 여섯 가지 종류의 꽃잎 무늬 돋을새김에서는 섬세한 율동감이 느껴졌다. 한 잎 한 잎, 나무에 꽃잎을 새겨 넣었을 그 옛날 목수는 자신의 숨결은 물론 혼까지 담아내고 싶었을 것이다.
꽃잎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극락에 도달하고 싶었을 목수의 몸부림이 느껴지는 듯 하고, 나무문에 꽃잎 한 잎 한 잎이 금방이라도 눈앞에서 살아날 것 같았다.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굳이 감탄을 아낄 필요도 없었다. 내소사 꽃살과 함께 18세기 불교건축의 대표하는 미술품이라는 평가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