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석 시민기자
권우성
- 야구 경기가 끝나자마자 기사가 올라올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편집 기자들 사이에서 '○○보다 빠른 기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노하우가 있다면? "사실 시민기자로서 <오마이뉴스>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속도'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규모의 국제대회나 프로스포츠의 단기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위 '뒷북'을 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한 편이다.
따라서 큰 경기의 기사를 쓸 때는 실시간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미처 다 하지 못하고 단순상보로 기사를 송고할 땐 아쉽기도 하지만 경기가 끝나는 순간에 송고를 마치면 짜릿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응원하는 팀이 극적인 역전을 할 때도 마음껏 웃지 못하지만."
- 기사를 보면 야구, 배구, 육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스포츠라면 '빠삭'한 것 같다. 하루 이틀 쌓은 내공이 아닌 듯한데.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점과 계기가 있다면? 기사에 과거 기록들도 많이 나오는데 기록들 조사하는 것만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혹 따로 정리한 노트나 파일이 있는 건가?"스포츠는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다. 결정적인 계기 같은 건 따로 없다. 박철순 선수를 보며 야구를 좋아했고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NBA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그런 것이 마일리지처럼 적립됐을 뿐이다.
과거 기록들은 검색에 의존하는 편이다. 특히 국내 야구 기사의 경우 한국야구위원회 홈페이지에 선수들에 대한 기록들이 비교적 잘 정리돼 있어 적극 활용한다. 기록을 따로 정리한 노트나 파일은 없다. 다만 유용한 사이트에 '즐겨찾기'를 걸어놓을 뿐이다."
- 2005년 3월 21일에 기자회원으로 가입해 지금까지 1300개가 넘는 기사를 썼다. 처음 가입해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그리고 긴 시간 활동할 수 있는 비결도 알려 달라."2005년 4월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 교육강좌가 있었다. 수업료를 환불받기 위한 매우 불순한 의도로 강좌를 수강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나는 뚜렷한 목적의식이나 사명을 가지고 기사를 쓰지 않는다. 그냥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웠고 <오마이뉴스>는 그런 내 욕구를 해소해 줄 좋은 창구였다. 그렇게 7년 8개월이 지난 것뿐이다."
- 지금까지 쓴 기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을 것 같다. 이유는 뭔가?"2007년 11월 영화 <스카우트>의 개봉을 앞두고 현직 스카우터를 단독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LG 트윈스의 육성 팀장으로 있는 김진철 전 현대 유니콘스 스카우트 부장과 삼성 라이온즈의 이성근 운영팀장(당시 스카우트차장)이었다.
(관련 기사 : "'괴물 신인' 성공 뒤엔 우리의 땀이 있죠")영화를 만든 김현석 감독을 포함해 혼자서 한꺼번에 세 명을 인터뷰한다는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뛰는 야구인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다. 다만 현장에서 느꼈던 재미를 기사에서 완벽히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 오마이블로그 '히트앤드런'도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블로그에는 연예, 영화 기사도 많이 보이는데 기사로는 만날 수 없다. 특별히 분야를 구분지어 글을 올리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이유가 있나?"특별히 스포츠는 기사로 쓰고 연예 및 영화는 불로그로 쓴다는 기준을 정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도 블로그에는 꽤 많은 스포츠 분야의 포스트가 올라오고 있다. 다만 기사는 사실확인에 대한 부담과 책임이 있다. 스포츠는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보거나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아무래도 연예글은 그런 사실확인 작업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담 때문에 연예글은 '사실 확인 부족'이 모토인 블로그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 블로그 소개글이 재미있다. '<오마이뉴스> 유일의 스포츠 연예 찌라시, 편파보도, 사실 확인 부족, 객관성 부족, 그래도 그냥 치고 달린다.' 대문 사진도 소녀시대 태연이다. 꽤 오래 전부터 이 사진이었던 것 같은데. 소녀시대에 '편파'적인 건가?^^"물론이다. 내 블로그 히트앤드런은 소녀시대, 그것도 태연에게 편파적이다. 그렇다고 괜한 오해는 말아 달라. 나는 아이유나 수지도 매우 좋아한다. 물론 대문사진과 블로그 소개글에 연관성은 전혀 없다."
- 스포츠-연예 전문 시민기자로 활동한 시간이 길다.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걸 수도 있는데^^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초보 시민기자들도 많은데, 조언 하나만 한다면?"내 노하우를 함부로 알려 드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별다른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연예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콘텐츠다. 관련된 글을 쓰려면 누구든지 쓸 수 있다. 그 '누구'가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앞으로 꼭 쓰고 싶은 기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지금까지 내 시민기자 활동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질보다 양'이었다. 그 예로 1300개가 넘는 기사를 썼으면서도 좋은 기사 원고료는 단 한 번도 받아 보질 못했다. 스포츠 기사의 한계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것은 분명 내 역량의 부족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좀 더 깊이있고 날카로운 기사를 쓰고 싶다.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고 싶다는 말이다. 물론 이는 내 소망이지 공약이나 정책발표는 결코 아니다. 7년 넘게 써오던 버릇과 패턴을 하루 아침에 고칠 수는 없을 테니."
- 끝으로 독자나 편집부 등에게 하고 싶은 말."지난 7년 8개월 동안 나는 <오마이뉴스>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프로야구 연간 출입증을 받아 '원' 없이 현장취재도 해봤고 각종 상으로 받은 상금과 상패도 분에 넘친다. 게다가 누적 원고료는 준중형차 한 대를 뽑을 수 있을 정도다(물론 그것을 다 모아 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나는 당장 <오마이뉴스>에서 제명을 당한다 해도 여한이 없다. 실제로 지난 런던 올림픽 직후에는 <오마이뉴스>를 떠날 생각을 심각하게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 <오마이뉴스>는 내 생활의 일부다. 버림받고 싶지도 않고 떠날 마음도 없다. 그냥 지금 이대로만 계속 하찮은 시민기자로 남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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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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