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전북 익산북부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권우성
'광주발 단일화 회동' 제안한 이유는?... 다시 주목 받고 있는 '호남의 선택' 안철수 후보가 지난 4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았다. 지난 9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안 후보는 1차 전국 순회에 나서면서 첫 번째 행선지를 호남으로 잡았다. 안 후보는 당시 조선대 강연에서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지난주 제주를 끝으로 1차 전국 순회를 마친 안 후보는 2차 전국 순회의 첫 행선지를 다시 호남으로 정했다. 호남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과시한 셈이다.
호남에 공을 들이는 것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지난 9월 27일 광주를 방문한 데 이어 한 달만인 지난달 28일 광주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호남정치인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광주 선언'을 했다. 문 후보는 오는 8∼9일 부인과 함께 다시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호남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풍(노무현 바람)'을 만들어낸 이후 올해 대선에서도 야권 후보들에게 최대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랐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2002년 3월 16일 광주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이인제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다시 한 번 '호남의 선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 민심을 얻는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2002년 대선 때처럼 호남이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단일 후보로 밀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호남은 일단 민주당 소속인 문재인 후보 대신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 후보의 출마 선언 이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호남지역에서 안 후보는 줄곧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문 후보가 '광주 선언' 등을 통해 안 후보를 맹렬한 기세로 추격했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비등하거나 안 후보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전국 순회에 나선 안 후보가 호남을 가장 먼저 찾은 이유다.
전북 익산 북부시장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박광만(72)씨는 "처음에 때 묻지 않은 안철수를 많이 지지했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조직과 뿌리가 있는 문재인 지지로 많이 돌아섰다"며 "안철수가 유능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뿌리가 있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씨는 "안철수가 문재인에게 양보해서 단일화 하고, 문재인이 대통령 하면 안철수가 총리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특히 안 후보가 5일 광주에서 문 후보에게 '단일화 회동'을 전격 제안한 것도 단일화 요구가 높은 호남 민심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일화 국면을 공세적으로 돌파해 나감으로써 호남에서의 지지 기반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호남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조직을 대대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 측에 역전을 허용할 경우 향후 단일화 협상에서도 불리한 조건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 후보가 방문한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안 후보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과일상점을 운영하는 강동석(40)씨는 "안철수 지지가 조금씩 퇴색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그 신선함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정치적으로 때가 묻지 않은 안철수로 단일화 됐으면 좋겠다. 호남이라고 해서 무조건 민주당 찍어주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와 함께 호남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6일 "광주시 충장로에 있는 제과점을 방문했을 때 비가 순간적으로 많이 왔고, 모여든 시민들도 비를 쫄딱 맞았지만 대열이 전혀 흩어지지 않았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의 박상혁 부대변인은 "지지율이 조금 떨어진 것을 보지 말고, 돈과 조직이 없는 안 후보가 여전히 호남에서 문 후보와 비등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해야 한다"며 "호남지역 밑바닥에 깔려있는 안 후보에 대한 공고한 지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노풍'이 불었던 그 자리에 '안풍'(안철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호남 민심은 호남출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수도권 민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문-안 단일화 논의가 본격 시작되면서 두 후보 측의 호남 민심 잡기 경쟁이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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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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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땐 몰라도 지금은 안철수가 더 좋아"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총리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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