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시계방향으로 증평 사곡리 우물, 통영 정당새미, 화성을 지키는 신을 모신 성신사 제정, 함양 지곡마을 종암우물
하주성
전국을 돌면서 문화재 답사를 하다가 보면, 생각외로 많은 우물을 만난다. 그저 사진 한 두 장을 찍고 돌아섰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은 짓이었다. 우물이야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책 한 권을 쓸 수 있었는데 말이다. 참으로 별별 사연도 많은 우물들이다. 기회가 되면 우물만 한 번 엮어볼 심산이다.
여주군 북내면 한 골프장 안에는 '어수정'이란 우물이 있다.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이 되어 영월로 귀향갈 때 마셨던 우물이라고 하여, 임금이 마신 우물이란 뜻을 갖고 있다.
충북 증평군 사곡리 마을에는 사람이 빠져도 빠지지 않고 떠 있다는 우물이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식을 잃은 어미가 다 죽게 되었을 때 꿈에 아이가 나타나 어미를 우물로 인도하고, 그 물을 먹은 어미가 기운을 회복하였다는 함양 지곡마을의 종암우물도 있다.
이런저런 사연을 갖고 있는 우물들 중에 일반인들이 전혀 마실 수 없는 우물이 있다. 옛 임금들의 능원이나 제를 지내는 전각 옆에는 우물이 있게 마련이다. 이 우물은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가 없다. '어정(御井)' 혹은 '제정(祭井)'이라고 부르는 이 우물은, 임금의 제를 올릴 때 사용하는 물을 긷는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