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알지가 출현한 곳으로 전해지는 계림의 낮과 밤(아래). 첨성대와 경주향교 사이, 반월성 아래 내물왕릉 옆에 있다.
정만진
또 있다. 김알지 탄생 설화가 바로 그것이다. <삼국사기>의 '탈해왕 9년 봄 3월' 기사다. 탈해왕은 황금 궤짝에 든 채 하늘에서 내려온 '총명하고 지략 많은' 아이의 '이름을 알지(閼智)라 하고, 금궤에서 나왔으므로 성을 김(金)씨로 정했다. 또 (황금 꿰짝이 발견된 반월성 아래 숲의 본래 이름) 시림을 계림(鷄林)이라 바꾸었으며, (계림을) 그대로 나라 이름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김(金)씨 성(姓)은 김알지 탄생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라 진흥왕 때 생겼다. 왕은 중국에 국서(國書)를 보내면서 성씨가 없는 것을 한탄, 왕의 성씨를 '귀한 것'의 상징인 金(금)으로 정했다.
김알지 탄생이 나라 이름 바꾸고 '김씨' 성 생긴 계기? 김부식은 김알지의 출생을 계기로 나라 이름이 계림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최초의 김씨 임금 미추왕이 즉위한 때(262년)는 김알지 출생(65년)보다 거의 200년이나 되는 엄청난 세월이 흐른 후였다. 김알지의 출생은 나라 이름을 바꿀 사건이 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스스로 '신라의 박씨, 석씨는 모두 알에서 나왔고, 김씨는 황금 궤 속에 들어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하며, 혹은 황금 수레를 타고 왔다고 하니 이는 괴이한 일로 믿을 수 없으나 민간에서는 사실로 믿는다'고 '논평'한 김부식이 계림에 대해서는 앞뒤가 맞지 아니하는 기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