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차밭과 어우러진 연동사. 여느 절집과 다른 분위기다.
이돈삼
여느 계절보다도 가을여행은 한산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가 으뜸이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전남 담양 금성산성 자락에 있는 절집 연동사로 간다. 연동사는 여느 절집과 다르기 때문이다.
절집이 일정한 틀에서 자유롭다. 웅장하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소나무와 대나무, 차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소박하다. 들머리에 일주문이나 사천왕상도 없다. 아담한 돌탑이 절과 밖의 경계를 대신할 뿐이다. 절답지 않은 절집이다.
요사채와 다실에 앉으면 산비탈 차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러 가꾸지 않은 야생의 차나무다. 면적도 꽤나 넓다. 주지 원행스님이 내준 수제차의 맛도 담백하고 깊다.
"정유재란 때였어요. 당시 여기에 시체가 즐비했답니다. 전쟁 뒤 유족들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유족들이 피붙이 찾기를 포기하고 그 위에 향불을 하나씩 피웠는데, 그 연기가 온 산을 뒤덮었다고 해요. 그래서 연기 연(煙), 마을 동(洞) 자를 써서 연동사(煙洞寺)라고 했었답니다."원행스님의 말이다. 연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자연석실 노천법당이다. 거대한 암벽 밑에 지장보살 입상과 삼층석탑이 서 있다. 지장보살의 인상이 수더분하다. 석탑도 수수하다. 누구라도 지나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다른 절집에선 보기 드문, 열린 법당이다.
싸목싸목 걷기 좋은 금성산성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