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바라보는 투표시간 연장 문제

[주장] 투표시간 연장은 참정권 보장의 가장 기본이다

등록 2012.11.02 13:26수정 2012.11.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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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따라서 필자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미국의 선거 제도 중 투표 시간 등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무엇인지 간략히 살펴보고 한국의 투표시간 연장 문제에 관해 의견을 표명하고자 한다.

엄밀히 말해 미국도 대선일은 휴무일이다

우선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앞서 새누리당은 투표일을 휴일로 지정하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필자는 다른 나라는 모르겠으나,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는 완전히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잘못된 거짓말이다.

엄밀히 말해, 미국은 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따라서 주마다 관련 법은 다소 다르나, 거의 모두가 11월 첫째 화요일(올해의 경우 11월 6일)을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선거일로 책정하고 있으며 이날 연방, 주 관공서를 비롯한 정부 공공기관이 휴무를 하기도 한다.

한국의 휴일 개념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선거일에 민간 사기업도 휴무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적 사고방식으로 엄밀히 따져 보자면 이러한 선거일은 당연히 휴일의 개념인 것이다.

주 정부 관련 기관과 산하 카운티 기관의 관련 공공 기관이 휴무를 하고 투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것이다. 은행 등 사기업은 휴무하지 않으나 이들 해당 종사자가 투표 참여에 하등의 지장을 받지 않을 만큼 법과 제도적 장치가 잘 갖추어져 있다.


'유권자의 편리성 보장'은 참정권 보장의 기본

미국이 얼마나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지는 이른바 부재자 투표를 보면 잘 나타난다. 한국의 경우 부재자 투표도 일정 시간에 일정한 장소나 일정 방법으로 해야 하지만 미국(주별로 다소 다르기는 하나 특히 뉴욕주, 뉴저지주 등 대다수 주들은)은 투표일 7일 전 어느 때라도 신고만 하면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도 자신이 편한 시기에 우편물을 받을 수 있으며, 편한 시간에(각 주마다 다소 다르지만 대개 본 선거 10~20일 전에) 이른바 조기투표나 부재자 투표를 할 수가 있다.

바로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자신의 고향인 시카고에서 이번에 시행될 대통령 선거(11월 6일) 투표를 조기에 한 것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거의 32개 주가 넘는 대다수 주에서 미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하여 이러한 조기 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번에 시행된 해외 거주 한국인의(특히, 미국의 경우) 부재자 투표 신청률이 너무 낮다고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참정권을 줬는데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라고 현지의 한인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기관 편리하게 정한 시간에만 투표하는 게 민주주의?

미국의 경우 투표 자체가 유권자의 편리성에 맞추어져 있는데, 한국 정부는 언제까지 신청하고 그것도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서만 투표하라는 것은 현지 유권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획일화된 한국적 사고방식의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에 있는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찬 소장은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모든 것을 풀어놓고 국민의 투표 참정권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데 비하여, 한국은 투표, 부재자 투표의 장소나 시간도 획일화하는 등 국민의 참정권 보장 측면에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기본적인 문제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투표 시간에 관한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주별로 특성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투표 당일에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이상의 개방은 기본이다. 예를 들어 뉴저지주는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가 투표 시간으로 되어 있다.

이민자들이 많고 회사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뉴욕주의 경우는 그 특성을 잘 반영하여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넉넉하게 투표 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어떤 주 어떤 카운티는 그 카운티의 특성을 잘 살려 새벽에도 투표할 수 있게 하는 등 모든 것이 유권자의 편리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조기 투표의 경우에도 평일뿐만 아니라 회사 종사자는 저녁이나 주말에도 투표할 수 있게끔 보장하는 등 미국의 연방법을 비롯한 주의 선거 관련 법령들은 최대한 유권자의 참정권을 확장하는 것으로 입법화되어 있고 현실적으로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의 문제' 참정권 보장의 기본적인 문제

따라서 이러한 획일적인 선거 투표 제도를 두고 있는 한국에서 그나마 국민의 참정권을 좀 더 보장하고자 한다면 투표시간 연장의 문제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서 참정권 보장이라는 점에서도 신속히 이루어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문제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투표 시간 연장뿐만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투표에 필요한 모든 편리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은 비단 미국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뒤늦게 불거진 문제이긴 하지만, 향후 서로가 국민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의 투표 연장에 관한 합의의 성사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비록 아직은 부족하지만,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바로미터가 되리라고 본다.

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하여 미국에서처럼 조기 투표제를 도입하여 국민에게 투표에 대한 편리성을 제공하기는커녕 고작 두 시간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데에도 예산 타령만 하고 있는 한국 정부나 집권당의 태도를 외국인들이 어떤 눈으로 볼지 쑥스러워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프라이즈에도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투표시간 연장 #참정권 #조기 투표 #부재자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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