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이주노동자들과 하트를 날리고 있다.
권우성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들의 입장은?외국인 때문에 일자리를 뺏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만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들까지 원망할지 모른다. "왜 일자리를 자신들에게 주지 않고, 이주노동자에게만 주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정작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들은 할 수 있다면 내국인노동자를 우선 고용하고 싶다는 뜻을 강력하게 드러낸다. 사실상 외국인고용허가제 역시 내국인 고용 노력을 의무화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안 된다고 한다.
지난 26일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이주노동자 쿼터 5000명에 대한 조기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8월 올해 쿼터가 소진돼 중소업계에서 하반기 외국인 1만 명 증원을 요구하자 내년 쿼터 5만 2000명 중 일부를 앞당긴 것이다.
발표 당일 현장에서 4명의 외국인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모 산업 대표는 "최소한 생산라인이 멈추지 않게 인력을 공급해줘야 하지 않냐"면서 "고용부가 중소업계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3명을 신청했다 대기로 밀린 모 업체 관계자는 "중소업체 대부분 생산직이 50대고 30~40대는 거의 없다. 외국인이 없으면 공장을 못 돌린다. 어쩔 수 없이 불법 체류자까지 쓰는 게 현실이다"라고 답답해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힘든 여건의 중소업체에서 내국인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내국인이 주물·도금 등 3D 업종을 기피해 고용부가 우려하는 외국인 일자리 잠식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생산 가능 인구는 오는 2016년 정점에 이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외국인 인력 유치는 불가피하다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견해는 '청년실업문제'나 '내국인 고용시장 대체' 등의 문제를 고려하여 외국인력 제도를 가장 보수적으로 운영한다는 고용노동부도 예외는 아니다.
이주노동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다만 그 운영에 있어서 내국인 일자리 잠식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 고려를 우선하기 때문에, 일부분 노동시장에서의 충돌 혹은 잠식이 있을 수 없지 않다. 하지만, 유력 정치인들이 일반화시키듯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 잠식의 주범이라는 인식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퇴직금 받으려면 행정심판하라?어떤 사회든지 사회적 약자일수록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하면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과 관련한 재판을 통해 이들의 처한 현실을 살피고, 그를 통해 이들의 입장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지난 26일 비자 갱신 차 출국한 이주노동자가 재입국한 경우 근무하던 회사가 파산해도 근로관계가 계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행정심판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6일 이주노동자가 근무하던 건설회사가 파산해 지급받지 못한 퇴직금을 국가로부터 받기 위해 청구한 행정심판에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이 출국 이전의 근로기간을 체당금 산정에서 제외한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태국인 이주노동자 탁아무개씨 등은 지난 2005년 7월 도로공사와 택지조성공사를 주로 하는 C사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 체류기간(3년)의 만료가 다가오자 본국으로 돌아가 비자를 재발급받은 뒤 돌아와 계속 근무하기로 회사와 계약했다. 탁씨 등은 2008년 7월 출국했다가 한 달 뒤 돌아와 같은 곳에서 계속 일했지만, 2010년 8월 회사가 파산했다. 이 과정에서 탁씨는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해 체당금 신청을 했다.
그러나 지방고용노동청은 "최초의 근로계약과 재입국 후의 근로계약은 별개의 고용허가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근로관계가 계속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탁씨가 출국 전 일했던 기간은 체당금 산정 대상이 아니라고 통지했다.
이에 대해 행심위는 "출국 이후 재입국까지 기간이 1∼2개월에 불과하고 이 기간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불가피한 시간"이라며 "비자 갱신 이후 재입국해 계속 근무하기로 계약을 했고, 이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았다는 사실 등을 감안하면 재입국 이전부터 근로관계가 계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지방고용노동청의 결정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재판이야말로 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잘 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