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석유회사 설립 경남준비위원회'가 출범해 지난 25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성효
언론 보도를 보면 최근 경남지역에도 국민석유회사 경남준비위원회가 출범해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했던 여러 인사들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20% 값싼 휘발유를 공급하기 위해 국민석유회사를 설립하는 일이 국민들에게 좋은 일일까요.
저는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정유회사들의 폭리는 막아야 하겠지만, 휘발유 가격을 낮춰 휘발유 소비를 늘이는 것이 환경친화적인 대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석유전문가들과 환경·생태학자들, 그리고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석유 자원의 고갈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은 이미 최고점을 찍었고 앞으로 더 이상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를 늘이는 특히나 화석 연료의 소비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국민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봐도 석유 가격 인하가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석유회사가 세워져 기존 정유회사들과 경쟁하면 일단 소비자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면 휘발유 사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 뻔한데, 그렇게 되면 산업구조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생활도 석유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휘발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이 싸지면 대체에너지를 개발한다거나 풍력·태양광 같은 친환경에너지를 개발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고, 국민들도 가스차나 차량 구입 가격이 비싼 전기차 대신 휘발유를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 차량을 계속 타게 될 것입니다.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환경운동·시민사회운동에 참여했던 분들이 석유가격 인하라는 한 측면에만 주목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국민석유회사를 통해 값싼 석유가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미래가 불투명한 석유산업, 그리고 연관 산업에 국고를 쏟아 부어야 하고, 상대적으로 친환경에너지·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 국회가 휘발윳값 못 낮출까원유 가격 원가를 공개하는 일도, 정유회사들이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는 것도 대통령을 제대로 뽑고 국회와 정부가 제 역할을 하게 하면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국민주로 5000억 원을 모금해 20~30년 후 사양 산업이 될 게 뻔한 석유회사를 설립할 게 아니라 풍력발전 회사를 설립하든지, 태양광 발전회사를 설립하는 게 친환경적인 미래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국민석유회사를 만드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일까요? 최근 창원에서 시작한 햇빛발전소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이 미래를 위한 투자일까요?
석유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국민들이 석유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스마트폰으로 폭리를 취하는 삼성이나 애플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스마트폰 회사를 설립해야 하고, SK·KT 같은 거대 통신사들이 막대한 폭리를 취하는 걸 막으려면 국민통신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것일까요.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차베스는 이런 문제를 복잡하지 않게 해결했습니다. 국유화를 택한 차베스와 같은 방식은 아니더라도 정부가 제 역할만 한다면 국민석유회사를 세우지 않아도 휘발윳값 20% 인하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석유회사 설립은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까지 말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방향에서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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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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