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 동문재래시장의 수산코너: 게 푸른 바닷속에서 어떻게 저런 재미있는 무늬가 생겼을까.
국은정
한라산도 식후경... '제주도의 맛'달팽이(최소한 경비로 '관광'이 아닌 여행다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자청했던 제주도 여행 가이드가 어느덧 그 대장정의 끝에 왔다. 정작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주었는지 가만 생각해보다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딱, 나를 때린다. 그렇다. 여행이란 눈이 즐거워 마음이 정화되고 좋은 음식을 먹어 혀가 즐거워야 몸이 웃는 법! 그래서 제주도 여행 가이드의 마지막은 미각여행으로 정했다.
그렇게 정하고 보니 조금 막연하다. 미각이라는 것은 얼마쯤 보편적이지만, 또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식당이나 가게 이름을 알려줘야 하는데 이것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도 조금은 우려스럽다. 고민스럽지만 그저 내 양심(?)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1편에서 함덕 서우봉 해변을 소개하면서 '잠녀 해녀촌'의 맛있는 해산물 이야기는 이미 담아보았고, 제주도만의 독특한 별미인 '자리돔 젓갈'은 위에 동문재래시장을 소개하면서 함께 언급했음을 밝혀둔다.
그래도 제주도에 온 만큼 맛있는 회와 해산물을 배 터지게 먹어보고 싶다면 제주시민들에게 입소문을 타서 지금은 2호점(제주시 일도동)까지 문을 열었다는 제주시내에 위치한 '우도봉 횟집'(제주시 이도동, 이름만 보고 무작정 우도에 가서 찾으면 곤란하다)을 추천한다. 나도 처음 이 집을 가게 되었던 것은 제주에서 여행업에 종사하는 지인을 통해서였다.
이 집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얻기 어려울 수 있고, 1인당 2만 원 정도를 내면 회는 말할 것도 없고, 상다리 휘어지는 해산물 요리를 풀코스로 맛볼 수 있다. 초반에 나오는 것들을 아낌없이 먹는다면 결국 후반에 나오는 회를 충분히 맛보지 못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집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요리는 코끝이 찔리듯 알싸한 맛의 '물회'다. 물회가 바닥을 드러내는 내내 그 양념에 들어간 고수의 비법이 무척 궁금했었다. 제주도 어디를 가도 이만한 가격에 그만큼 푸짐하게 먹긴 어렵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