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외국인 손님들을 위한 고추들, 모양도 향도 이국적이다.
김종성
수원 화성의 남쪽문 팔달문 앞으로 가니 수원역에서만큼이나 많은 남녀노소의 시민들이 인파를 이루고 있다. 왕이 만들었다는 유서 깊은 팔달문 시장과 영동시장이 다정하게 붙어있다. 번듯한 2층짜리 시장 안내센터가 입구에 있는 팔달문 시장 앞 광장에는 떡집에서나 하는 떡메치기 이벤트가 한창이다. 시범을 보인 떡집 아저씨보다 소리와 기세가 한 수 위인 어느 아주머니의 떡 치는 소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서서 구경하며 웃는다. 어디 멀리 오일장터에 온 것 같은 정겨운 풍경이다.
정조 임금은 알고 있었을까. 화성을 건축하고, 버드나무를 심어 수원을 유경(柳京)이라 해 조선의 경제 중심지로 세우고 싶었던 그의 이상이 이렇게 이어지게 될 줄을. 팔달문 주변에는 다양한 상인들로 넘쳐나기 시작해 현재 수원에는 22개의 크고 작은 전통시장이 있다고 한다. 수원에 올 때마다 수원화성의 멋진 성곽길과 그 위용에만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이런 사람 사는 냄새 물씬 나는 시장들을 미처 보질 못했다니...
팔달문, 영동 시장 건너편에는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시장이 다정하게 이어져 있다. 다른 지역들처럼 신도시며 대형마트들이 생기면서 손님들이 많이 줄었겠다 예상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다행히 시장통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지나간다. 지동시장 안에 크게 형성된 순대타운에 들어가 5000원짜리 순댓국밥으로 아침 겸 점심을 잘 먹었다. 더 안쪽 골목에는 잔치국수를 2000원에, 칼국수를 3000원에 파는 국숫집 앞에도 사람들이 줄줄이 대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