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염아직은 덜 익어 떨는 고염, 한 입 베어무니 떫은 맛이 입 안에 가득하다.
김민수
고염나무의 꽃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그냥 무심하게 지나쳤고, 열매를 보면서 꽃이 어떨까 싶었습니다. 감꽃을 닮았는데 작고 연분홍 립스틱을 바른 듯 하다가 점점 엷여지고, 거기서 열매들이 달립니다.
고염나무는 감나무를 닮아서 가지가 약합니다. 그래서 그냥 먼 발치에서만 바라보았는데 조금은 후회가 됩니다. 감또개가 떨어질 무렵, 고염나무의 꽃도 떨어질 터이니 내년엔 꼭 그를 담아봐야 겠습니다.
한 입 베어 물어 봤습니다. 혹시나 단맛이 들었으면 떨어진 고염 몇 알로 감칠맛을 느껴볼 심산이었지요. 그런데, 떫은 맛이 입 안에 가득해지고, 입이 텁텁해 집니다. 다행입니다.
맛있었다면 얼마나 제가 탐하겠습니까? 물론, 잘 익으면 맛있다는 것은 압니다. 그래도 떫은 맛 한 번 보니, 새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예의다 싶더군요.
가을이 깊습니다. 이런저런 열매들이 지천으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무슨 열매를 맺었는지 돌아보는데 별다른 열매가 없는 듯 하여 이 가을이 씁쓸합니다. 그렇게 또 나이를 먹는구나 싶으면서도 난생 처음으로 경험하게 될 그 나이가 그리 싫지도 않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