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의 강형규(20일 오후 공연)가 회전형의 원형경기장 무대에서 '투우사의 노래'를 시원하게 열창하며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문성식
무대는 원형의 회전무대로 원형의 앞과 뒤, 안쪽 바깥쪽을 모두 활용하여 실용적이면서도 짜임새 있게 무대를 구성하였다. 때로는 투우장으로, 때로는 식당 등으로 한 무대가 어느새 회전하면 다른 무대로 변화하는데, 마치 인생의 어느 상황도 그대로 있지 않은, 변화하고 허망한 인생을 나타내는 듯하여 카르멘의 주제와도 어울리고 있었다.
특히 카르멘이 돈 호세를 배반하고 사랑하게 되고 에스카미요가 등장하는 투우장 장면에서는 원형의 닫힌 공간이 투우장 자체를 나타내면서도 인생의 폐쇄적이고 돌고 도는 속성을 표현하는 듯 인상적이었다.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의 강형규(20일 오후 공연)는 사랑을 쟁취하는 에스카미요 역에서 '투우사의 노래'를 시원하고 박력 있게 열창하여 20일 공연의 두 주역 케이트 올드리치와 장 피에르 퓌르랑보다 더 박수갈채를 받았다. 미카엘라 역의 박현주 역시 돈 호세에게 돌아올 것을 호소하며 부르는 아리아 부분에서 시원하고 열정적인 소프라노를 자랑하며 매력적인 미카엘라를 만들고 있었다.
마지막 돈 호세가 카르멘을 죽이는 장면에서는 비장미와 비극미가 느껴지며 가슴이 짠하였다. 극 전체에서 정열의 여인 카르멘은 붉은 옷을 입지 않고 흰색이나 검정색 등의 옷을 입은 채, 머리와 가슴의 붉은색 장식으로만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이것이 오히려 기품있는 카르멘을 잘 표현해 주며, 마지막에 카르멘이 붉은색의 성모상 앞에서 죽어가는 장면에서는 검정옷이 머리의 붉은 깃 장식과 성모상과 대비되며 그 비극성을 더하였다.
배역별로 살펴보면, 카르멘의 경우 20일 오후 공연의 케이트 올드리치가 외모와 연기, 성악 성량 면에서 자유스럽고 카리스마 있는 카르멘을 연기했다면, 20일 저녁 공연의 김선정은 노래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잘하지만, 케이트에 비해서는 안정적이고 차분한 카르멘을 연기하여 비교가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