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식당 하루 응원노트에 적힌 글.
희망식당
희망식당은 SNS를 제외하고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개업 7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손님들이 붐빈다. 일일호스트도 몇 주 전에 신청해야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리해고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이다.
보통 희망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해고노동자들을 비롯해 어려운 사람을 도왔다는 뿌듯함,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확인하는 동질감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식당은 빚진 마음,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채감을 덜어놓고 갈 수 있는 좋은 곳이다. 비록 밥 한 끼지만 해고노동자가 지은 밥을 먹으면서 그들과 연대할 수 있다.
아직까지 희망식당을 방문하지 못하고 '빚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오는 26일 오후 4시 희망식당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개최하는 '희망 밥 콘서트'를 찾아가면 된다. '밥을 구하다 밥이 되어버린 우리 삶에 희망을...밥 한 번 먹자'란 주제로 참가자들이 함께 주먹밥을 나눠 먹는다. 바자회를 시작으로 오후 6시부터는 록밴드 네바다51, 게이트플라워즈, 옐로우몬스터즈, 가수 한동준씨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가 치러지는 대한문 앞에는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이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행사 당일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단식 17일째를 맞이한다. 곡기를 끊은 사람 앞에서 밥을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 게 조금은 망설여지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김 지부장은 "먹는 사람은 먹어야지, 먹는 것도 싸움"이라며 "우리는 다 같은 길에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올해도 희망 안 오면 또 죽을 수 있다")
밥 콘서트에 참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바자회에 물건을 내놓아도 좋고, 그냥 와서 일정액의 밥값을 지불하고 밥만 먹고 가도 된다. 가장 좋은 참여는 사람들과 나눠먹을 주먹밥을 직접 만들어오는 것이다. 재료가 없다면 희망식당(@hopeharu)에 요청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콘서트가 열리는 날, 록밴드들의 연주에 맞춰 격렬한 헤드뱅잉을 하기 전에 여러 가지 종류의 주먹밥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래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고동민씨가 희망식당 노트에 쓴 글이다.
"해고는 배고프다. 해고는 목마르다. 해고는 어둡다. 해고는 비참하다. 그런데 그 해고를 경험하고 세상을 다르게 본다. 연대를 하기 위해 수줍게 내민 손이 얼마나 무거운지, 연대를 위해 어렵게 해준 발걸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연대를 위해 굳게 뭉친 어께들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게 되었다. 해고가 인생을 파괴하고 관계를 단절했지만 연대가 한길로 가는 뚝심과 희망이라는 오솔길을 안내했다. 한두 번의 연대로 실망하지 말자. 그 기나긴 시간동안 고통과 아픔 속에서 버티고 견뎌온 이들이 있으니. 어깨를 마주대고 두 손 꼭 맞잡으며 함께 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걸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