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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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것은 토렌트 단속이다. "아동음란물인지 모르고 다운받았다가 바로 삭제한 경우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라는 말과 달리 토렌트 수사는 동영상을 다운 받았던 IP를 찾아서 추적하는 것이며 모르고 받든, 바로 삭제를 하든, 일단 수사대상에 포함되고, 배포 및 소지로 잡혀갈 수 있는 것이다.
토렌트 단속에 대해서는 네티즌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 함정 수사처럼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해당하는 파일을 공유하고, 그 파일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IP를 조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동영상 제목에 한글로 '로리' '고딩' '교복'등이 적혀있는 파일을 조사 대상으로 삼아 다운로더들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보려고 했다는 '고의성'을 자연스럽게 입증해낸다는 이야기도 퍼지고 있다. 실제로 한 수사관은 토렌트 상에 일종의 '은어'를 입력한 후, 은어로 검색되는 음란물을 공유한 사람들의 아이피를 모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제목은 동영상 내용과는 상관없다는 사실을 경찰이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복'이나 '고딩' 같은 단어는 웹하드 업로더들이 동영상의 제목을 정할 때,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하여 가져다 쓰는 일종의 '낚시' 단어였다. 외국 음란물을 올리면서 단순히 나이가 어려 보이거나, 교복을 입고 성행위를 하는 부분이 있으면 '교복'이나 '고딩'이라는 제목을 붙이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셀카나 미성년자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동영상이 있긴 하지만, 제목만으로는 그것과 일반 음란물과의 구별이 불분명하다.
수사방법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토렌트 상에서의 함정수사에 대해 "경찰도 배포했으니 공범이다" "불법행위를 통해 취득한 증거이므로 법정에서 효력이 없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위법으로 규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함정수사는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회제공형'은 범의가 있는 사람에게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방법으로 합법적 수사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반면 '범의유발형'이란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는 사람을 유도하여 범행을 저지르게 하는 것으로 불법이다. 여기에선 범인이 '범의'가 없었냐 있었냐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위법성에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 방법에 대한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파일을 적극적으로 올리는 게 아니라, 단순히 공유만 했다면 경찰이 범인에게 범의를 제공해줬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토렌트 수사의 근본적인 문제는 IP 주소가 개인을 검거할 적합한 '증거'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IP 주소는 개인에게 속해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올해 10월 미국에서는 포르노 회사가 토렌트 유저들의 IP 주소를 찾아내 집단 소송을 한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펜실베니아 연방법원의 마이클 베이슨 판사는 "IP는 개인에게 할당되는 게 아니라서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는다"며 "무선 인터넷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옆집이나 지나가던 사람도 쓸 수 있으므로 IP 주인이 받았다는 증거로는 불충분하다, IP가 아니라 컴퓨터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하며 재판을 기각시켰다.
한국 역시 고시원이나 하숙집에 살면서 같은 공유기를 사용하면, 누가 다운로더인지 누군지 알 수 없다. 또한 일반 가정집을 기준으로 식구가 4명이라면, 누가 동영상을 다운 받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날 한시에 동시에 컴퓨터를 쓰고 있었는데, 누군가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다운받고 있었다면 경찰을 누구를 소환시켜야 할까. IP 주소가 증거 능력이 있는지부터 재고해야 한다.
음란물 단속이 아동 성범죄 대책인가
아동·청소년 음란물 단속은, 최근 아동 성범죄자들이 아동 음란물을 즐겨본 것으로 확인되면서 더욱 강화됐다. 그러나 실제로 아동 음란물을 자주 보는 사람이, 아동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적인 통계는 없다. 뚜렷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으나, 추측할 뿐이다. 그러므로 검·경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단속을 통해 아동 성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장담할 수가 없는, 실효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책인 것이다.
외국에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보는 것 자체가 아동·청소년 음란물 생산을 부추기고, 이에 아동·청소년 음란물 생산이 늘어날 경우, 출연하는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중대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외국의 경우라면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철저한 단속만으로도 아동 성범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상업적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생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세계 6위의 아동 음란물 생산국으로 드러났으나, '셀카'가 88% 이상이며, 청소년들끼리 찍은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해외 아동 음란물은 제3자가 촬영한 동영상이 94%를 넘는다. 상업적으로 아동 음란물이 제작되는 국가와, 한국의 상황은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아동 성범죄의 원인은 아동 음란물이 야기한 성욕이 아니라, 남녀 간, 어른과 아이 사이의 권력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가해자는 상대방이 약자인 여성, 아이라는 이유로 동등한 인격으로 보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에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이다. 지금의 권력관계가 공고해지고, 약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음란물을 근절해도 아동 성폭력, 그리고 일반 성폭력도 계속 일어나게 될 것이다.
성폭력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지 않고 단순히 아동·청소년 음란물 단속을 통해서 범죄를 줄이겠다는 검·경의 방침은 '수박 겉핥기식' 대책일 수밖에 없다. 아동 성폭력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은 성차별적인 문화를 개선하고 인권교육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지, 토렌트에서 음란물을 다운 받는 사람들을 잡는 일이 아닐 것이다. 정부는 아동 성범죄 문제를 '아동·청소년 음란물 단속'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사회의 고질적이고 깊은 병을 고친다는 생각을 갖고 장기적인 성범죄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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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단속이 최선? 토렌트 사용자는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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