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일반에게 처음 공개된 임진나루는 생각보다 초라한 모습이었다. 고기잡이를 위한 배 9척 만이 쓸쓸하게 임진나무를 지키고 있었다. 보안 문제로 인해 군부대를 등지고 찍었다.
최육상
통일 조국에서 북한 아가씨와의 결혼식을 꿈꾸다이틀 간 파주개성인삼축제와 임진리 참게축제를 보기 위해 임진각과 임진강역, 임진나루를 찾았었다. 임진각에서는 한국전쟁의 한 축을 담당했던 중국 관광객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자유의 다리'에 서서 기념촬영을 하던 중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임진나루에서는 가족끼리, 부부끼리 나들이를 나온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한 노신사는 "서울에서 열차와 택시를 이용해 임진나루를 찾았다"며 교통이 불편한 임진나루에서 서울로 다시 돌아갈 일을 걱정하면서 "문산역까지 가는 버스 시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실향민이었을까. 노신사의 눈시울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의 안경 너머로 전해지는 사연은 어떤 것이었을까.
통일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어린아이도 노신사도 예외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통일 운운하면 곧바로 빨갱이로 몰리기 십상이다. 전쟁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며 통일을 생각하자는 임진각에서는 여전히 전쟁 기운이 감돌고 있다. 민족의 통일을 이야기하는데 언제까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으로 갈라져 논쟁을 벌어야 하는 것일까.
오는 12월 대선에서 통일의 다리를 놓을 수 있는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 한 가지 더. 마흔 두 살 노총각인 나, 통일 조국에서 북한 아가씨와 결혼식을 올렸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다음 세대는 하나 된 나라에서 자유롭게 만나고 결혼하는 게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