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로 단식 15일을 맞은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최지용
2801일, 2092일, 1769일... 쌓여만 가는 노동자들의 투쟁 날짜 여기 장기투쟁사업장들은 비정규직 사업장일 수도 있고, 정리해고 사업장일 수도 있고, 특수고용 문제로 싸우는 사업장일 수도 있다. 법이 잘못된 것이든, 제도가 잘못된 것이든, 악덕 기업주의 잘못이 있는 것이든 문제를 풀려고 했으면 이미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만 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버티고 있다. 이것을 해결해야 할 임무를 가진 정부도, 정치권도, 심지어는 법원도 모두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을 고립하기에만 혈안이 되어버렸다.
심지어는 법원의 판결도 깔아뭉개는 기업에 대해 이 나라의 정부와 정치권이 무언가 진정어린 조치를 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거기에다가 이 나라의 노동조합운동은 사분오열되어 있고, 노동조합 조직률도 어용노조까지 합쳐도 10%도 안 되니 무슨 힘을 쏟을 수도 없거니와 진보정당은 어렵게 국민들이 만들어준 정치적 입지를 패대기쳐서 깨부수어버렸다. 그러니 천막을 치고 거리에 나앉은 노동자들이 하늘로, 망루 짓고 올라가는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순서일 것이다.
하늘로 목숨 걸고 올라가야 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2009년 1월 20일이 떠올랐다. 용산에서 살자고 망루 짓고 올라갔던 철거민들이 25시간 만에 주검으로 내려왔던 날 말이다. 그 뒤로 용산과 같은 일들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쌍용에서 유성에서, 그리고 올해 SJM까지 말이다. 국가폭력과 사적폭력까지 합쳐져서 노동자들을 진압하는 게 공식이 되어버린 지금, 노동권은 어디고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 현실은 야만에 다름 아니다.
요즘처럼 끔찍한 죽음들을 곁에 두고 살았던 세상이 어디 있었던가. 부동의 OECD 1위의 자살률이 그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불감증에 걸려 있다. 자살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불안한 일자리와 미래 때문이며, 결국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탓에 벼랑에 내몰렸기 때문임을 굳이 자료와 통계를 들추어 설명해야 할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IMF 외환위기 이후에 "어어어" 하는 사이에 정리해고가 일상이 되었고, 항상적인 일자리 불안에 시달리게 되었다. 마치 갯벌에 소리 없이 차오르는 밀물과도 같다. 비정규직도 그 이전에는 없었거나 미미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900만 명 가까이 헤아리게 되어 고용 형태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대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