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박근혜캠프... '경기부양' 꺼내자 "공약 아니다"

'물과 불 공존'... '줄푸세'와 '경제민주화'의 예고된 충돌

등록 2012.10.24 17:26수정 2012.10.2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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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경제민주화에 관련하여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경제민주화에 관련하여 입장을 밝히고 있다.조재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 안에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대립점을 드러냈다. 2007년 줄푸세를 입안한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이 경기부양책을 꺼내자 2012년 경제민주화를 이끄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그런 건 공약이 아니다"라고 초를 친 형국이다.

24일 일부 언론은 박근혜 후보가 조만간 경기부양책을 공약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3년도 정부예산에 10조1000억 원을 추가로 반영해 경기부양에 쓰는 계획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이 경기부양책을 예고한 이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의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이다 박 후보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끌어왔고, 오랫동안 박 후보의 정책 조언자 역할을 해온 김광두 단장이 경기부양책 공약을 예고하자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부양이란 건 공약으로 내세울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힘찬경제추진단에서 내부적으로 그런(경기부양 공약) 얘기가 떠오른 걸 기사로 쓴 모양"이라며 "(경기부양 하는지 여부는) 내년도에 후보께서 당선돼 인수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경제상황을 엄밀하게 점검한 뒤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 상황이 자꾸 변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어떤 걸 만들어놔도 두서너 달, 6개월 뒤면 상황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며 "그때 상황에서 경기부양책을 쓰는 게 합리적인지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얼마라고 액수를 정해서 '내년도에 후보가 경기부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줄푸세 김광두가 성장공약 꺼내니, 경제민주화 김종인이 "창조경제면 충분"

박 후보 캠프에서 갑자기 경기부양책 얘기가 나온 건 일각에서 박 후보를 향해 제기하고 있는 '경제성장을 위한 복안이 안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김광두 단장이 답변을 내놓은 성격이 짙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은 그런 지적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이미 발표한 '창조경제'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만 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경제민주화에 몰두하니 성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우리가 '창조경제'를 왜 갑자기 들고 나왔겠느냐. 우리 경제가 과거와는 달라진 상황이고 인간의 머리를 활용해 경제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창의를 발휘하는 여건을 만들어야겠다 해서 창조경제를 내세웠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위원장과 김광두 단장이 박 후보의 경제공약을 함께 맡고 있는데 대해선 '물과 불의 공존'이라는 평가가 이미 나오기도 했다. 성장론자인 김광두 단장은 지난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의 탈규제 자유화 경제정책인 '줄푸세' 공약을 만들었다. 양극화 해소와 공정경제를 내세우는 김종인 위원장과는 상반된다. 


박근혜 후보는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다르지 않다'고 했지만, 공약 입안 단계에선 다른 성향의 두 경제공약 책임자가 간접 충돌한 양상이다.
#김종인 #김광두 #경기부양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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