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등을 따라 온갖 고기떼가 몰려와 낚싯대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추광규
난생 처음으로 잡아본 참치가 기분을 한껏 고조 시킵니다. 이어지는 입질은 대상어종인 갈치입니다. 갈치를 많이 잡는 요령은 한 마리가 입질을 했다고 해서 곧 바로 낚싯줄을 걷어 올리는 게 아니라 작게 챔질을 해서 훅을 시켜 잡아 놓은 후, 계속해서 다른 갈치가 입질하기를 기다리는 게 그 요령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두 마리씩 올리곤 하다가 요령을 깨달은 다음에는 한 번에 다섯 마리까지 올라왔습니다. 크기도 작은 건 3지 큰 건 4지까지 씨알이 괜찮습니다. 갈치는 어른 손가락 마디로 그 크기를 재는데 3지면 어른 손가락 3개 너비이고 4지는 4개 너비입니다.
4지부터는 대형 갈치로 분류됩니다. 3지짜리 갈치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한 마리에 8000원에서 1만원까지 판매되는 그런 갈치입니다. 4지가 넘어가는 갈치는 3만원이 넘는 고가입니다.
갈치 밤낚시는 손 맛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쉽습니다. 추의 무게만 해도 800g이나 나가다 보니 갈치가 움직여도 그리 크게 손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적게는 한 마리 많게는 다섯 마리까지 끌어 올려지는 갈치를 보게 되니 마음이 흐믓합니다. '잡는 맛'이라기보다는 '보는 맛'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먹는 맛'을 마음껏 상상하는 가운데 말입니다.
오후 7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갈치 밤낚시는 새벽 2시를 전후해 피크를 기록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바다가 온통 고기로 가득하다는 거였습니다. 곤쟁이 떼가 몰려와 바다를 벌겋게 물들이고 있는 가운데 온갖 고기들이 다 몰려와 제 각각 먹이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면 위로는 갑오징어를 비롯해 삼치, 숭어, 학꽁치, 심지어 엄청 큰 고기가 파문을 일으키며 휙 하고 지나갑니다. 수면 위로 드러나 있던 지느러미로 추측해 보았을 때 이 초대형 물고기는 아마도 상어가 아닌가 합니다.
새벽 3시 30분 무렵 아이스박스에 담겨 있는 갈치를 헤아려 보니 60여 마리가 넘는 것 같습니다. 4시 30분까지 낚시를 계속한다고 하는데 체력 상으로 더 이상 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여기서 저는 낚싯대를 접었답니다. 뭐 이 정도 조과면 첫 출조에서 대박을 터트린 것이고요.
여수 밤낚시, 멀지 않습니다... 관심만 있다면 신강수도호는 새벽 다섯 시 포인트에서 철수한 후 오전 7시 무렵 국동항으로 돌아왔습니다. 항구에 도착한 후 이날 출조에서 잡아온 갈치가 담겨있는 쿨러와 함께 아이스박스를 모두 모아 놓은 상태에서 한꺼번에 열어 놓으니 장관입니다. 이날 많이 잡은 사람은 200여 마리 그리고 가장 못 잡은 저 같은 경우 60여 마리를 헤아립니다. 한 번 출조에 100마리가 기본이라는 기사의 내용이 '뻥'은 결코 아니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