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솝우화도 번데기가 성충이 된 거야?"

아이와 함께 배우는 무당벌레의 세계

등록 2012.10.22 15:11수정 2012.10.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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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친구와 동행했습니다.


이제야 속내를 드러내 "네가 나의 첫사랑이었노라"고 고백해도 마냥 기쁘게 웃어넘길 수 있는 나이가 된 친구입니다. 서로가 비슷한 감정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철없던 시절에는 그게 첫사랑인줄도 몰랐습니다.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한 친구와 함께 온 이들을 위해 단풍과 배경 좋은 곳을 돌았고, 저녁에는 충주에 사시는 형님께서 오셔서 늦게까지 술 한잔 나누다보니 몸이 많이 피곤했습니다. 오후 11시 조금 넘어 잠이 든 것 같은데, 아침에 눈을 뜨니 오전 8시가 다 됐더군요.

아침식사를 하고 컴퓨터를 켰으나, 전날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려고 하다 다시 잠이 들고 말했습니다.

무당벌레 이제 막 번데기에서 우화를 한 모양인지 등에 뭔가를 잔뜩 붙인 무당벌레입니다.
무당벌레이제 막 번데기에서 우화를 한 모양인지 등에 뭔가를 잔뜩 붙인 무당벌레입니다.정덕수

오후, 달래 좀 구할 수 없겠느냐는 아내의 말에 밖으로 나가니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나섭니다. 달래를 캐는데 래은이와 래원이가 아빠를 부르더군요.

"아빠, 학교에 무당벌레가 엄청 많아."
"학교에 웬 무당벌레?"
"진짜야. 엄청 많아 빨리 와봐."


무당벌레 변이가 심한 무당벌레는 수식어가 붙지 않은 무당벌레만도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합니다.
무당벌레변이가 심한 무당벌레는 수식어가 붙지 않은 무당벌레만도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합니다.정덕수

아이들 성화에 이끌려 간 학교 정면에는 멀리서 봐도 엄청난 수의 무당벌레와 노린재가 마치 원래 그렇게 채색을 한 것처럼 붙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낙엽이 바람이 부는 대로 휘날리는 10월은 무당벌레와 노린재에게는 우화의 계절인 모양입니다.

저도 래원이만할 때부터 수많은 곤충을 보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잠자리나 벌도 아닌 무당벌레가 한 곳에 수천 마리 이상 보게 된 건 처음이었습니다. 노린재의 한 종인 붉은가위뿔노린재도 몇백 마리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무당벌레 딱정벌레목 무당벌레과

무당벌레 무당벌레가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장미줄기에서 막 날개껍질을 벌려 날개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무당벌레무당벌레가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장미줄기에서 막 날개껍질을 벌려 날개를 꺼내기 시작합니다.정덕수

식물 중에서 봄에 꽃을 피우는 현호색이 있습니다. 제가 왜 현호색을 무당벌레 이야기를 하며 예를 드느냐면, 현호색은 변이가 아주 심한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잎의 모양에 따라 댓잎현호색, 좀현호색, 왜현호색 등으로 나뉘었는데 사실 이게 같은 개체에서도 잎의 모양에 따라 변화를 보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무늬까지 달고 나오는 개체도 있고요. 무당벌레도 현호색처럼 변이가 심한 곤충입니다.

무당벌레 마치 졸참나무의 열매인 조랭이란 도토리처럼 말간 무늬를 지닌 무당벌레도 아무런 수식어가 붙지 않는 그냥 무당벌레입니다.
무당벌레마치 졸참나무의 열매인 조랭이란 도토리처럼 말간 무늬를 지닌 무당벌레도 아무런 수식어가 붙지 않는 그냥 무당벌레입니다.정덕수

여기서 따로 설명하는 남생이 무당벌레 외에는 모두 앞에 별다른 수식어가 붙지 않는, 말 그대로 그냥 무당벌레입니다. 어떤 놈은 등 날개껍질에 조랭이란 이름으로도 불리는 졸참나무 도토리와 같이 말간 세로줄무늬만 지니고 있기도 하고, 자줏빛 바탕에 검은 점을 뚜렷하게 보이거나 반대로 검은 바탕에 붉은 점이 나타나는 등 여러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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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덕수

비록 제가 곤충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들꽃만큼 관심을 같고 살펴 본 적이 없다보니 그동안 귀동냥으로 듣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얻은 약간의 지식 외엔 없습니다.

그런데 이 무당벌레는 정말이지 현호색 이상으로 변이가 심하더군요. 마치 같은 종 중에서 변이를 마치고 확정 된 또 다른 하나의 고착종처럼 보일 정도로 말입니다. 이 말은 무늬가 같은 개체도 많다는 것이죠. 가령 검은 바탕에 붉은 점이 있어도 똑같은 모양이 여럿 있다는 겁니다.

남생이무당벌레, 딱정벌레목 무당벌레과

남생이무당벌레 이번에 관찰된 무당벌레 중에서 유난히 큰 체격의 이 무당벌레는 등의 무늬 덕에 남생이무당벌레라 합니다.
남생이무당벌레이번에 관찰된 무당벌레 중에서 유난히 큰 체격의 이 무당벌레는 등의 무늬 덕에 남생이무당벌레라 합니다.정덕수

이 무당벌레는 무당벌레 중에서 가장 큰 녀석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기가 15mm 이상 되는 것도 보일 정도로 큽니다. 일반적으로 보이는 무당벌레는 작은 건 5mm 남짓 되고, 8mm를 넘지 않는데 남생이무당벌레는 여기에 비하면 두 배 이상 큽니다. 크기가 큰 만큼 먹는 것도 남다르겠다 싶습니다.

남생이무당벌레 크기가 15mm 이상되는 무당벌레중 가장 큰 녀석입니다.
남생이무당벌레크기가 15mm 이상되는 무당벌레중 가장 큰 녀석입니다.정덕수

검색을 하다 문득 '크리스탈'이라는 필명으로 곤충 이야기를 쓰는 안수정 선생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곤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은 시간에 도움을 청해 응답은 없으셨습니다. 그러다 이 분이 글을 쓰는 블로그를 기억해냈습니다. 거기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일반적인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익충인데, 역시 남생이무당벌레는 작은 잎벌레와 같은 애벌레들을 먹는 걸로 밝혀 놓으셨더군요.

아이들이 불러준 덕분에 저도 곤충을 살펴보는 이들 대열에 끼어들게 된 것 같습니다. 하기야 무당벌레를 한꺼번에 이만큼 본 이들도 거의 없을 걸로 생각됩니다.

예전, 들꽃을 한창 촬영할 때는 복수초 소식만 들려도 전국에서 카메라를 들고 달려들 오셨는데, 무당벌레가 이만큼 다양하게 한 곳에서 관찰된다면 또 모를 일입니다. 끝으로 덤 하나 더 드리며 무당벌레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붉은가위뿔노린재, 노린재목 뿔노린재과

붉은가위뿔노린재 강원도 지역에서 10월에 주로 관찰되는 노린재입니다.
붉은가위뿔노린재강원도 지역에서 10월에 주로 관찰되는 노린재입니다.정덕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노린재 종류 중에서 이 시기면 가장 흔하게 눈에 띄는 게 노린재입니다. 무늬가 상당히 고운데, 역시 붉은가위뿔노린재도 명색이 노린재인지라 냄새가 고약하답니다.

이 시기에는 애벌레도 거의 없는데 번데기로 겨울을 나지 않고 우화(羽化)를 했을까요? 어제 제가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아이가 묻더군요.

"아빠 우화가 뭐야?"
"우화란 번데기가 변태하여 성충(成蟲)이 되는 일을 이르는 말이야."

그러자 다시 묻습니다.

"아빠, 이솝우화도 그럼 번데기가 성충이 되어서 이솝우화라 그런 거야?"

대답할 말을 잠시 잃었습니다.

"래은아, 사전 찾아 봐. 그럼 우화란 말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어."

우화라 하지 말고 우화등선이라고 했어야 할 걸 그랬나 봅니다. 이 시기에 짝짓기를 해 알을 낳으려는 건 아닐까 싶은데...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무당벌레 #시골살이 #설악산 #강원도 #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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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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