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 '나홀로 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참가자들이 1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놀이기구를 체험하고 있다.
조재현
하지만 모든 첫 만남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21명의 그 녀석들은 총 4개 조(A·B·C·D조)로 편성됐다. 내가 인솔교사로 담당하게 된 조는 B조. 우리 조의 인아(충북 보은 수정초등학교 삼가분교장)라는 여학생은 필자를 같은 극의 자석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다가가서 말을 걸려면 쪼르르 민주(경북 경주 양남초등학교 상계분교장) 뒤에 숨곤 했다. 어렵게 말을 걸면 돌아오는 건 대답 대신, 저 멀리 가 민주와 귓속말하는 인아의 모습. '설마 쟤네가 내 호박씨를 까나'라는 멍청한 생각까지 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우리 조 5명의 아이들을 인솔하는 일이었다. 모든 일행들 안에서 우리 조의 주된 포메이션은 '2-2-1 전술'이었다. 남학생인 시온이와 승준이(전남 신안 압해초등학교 고이분교장)는 저 앞에 달려가고, 여학생인 민주와 인아는 차분히 일행의 중간쯤에서 걸어가고, 유독 엄마를 따르는 수미(경북 경주 강동초등학교 단구분교장)는 엄마와 함께 저 뒤에 따라오는 게 주된 모양새였다. 군대에 있을 때도 이처럼 열심히 '사주경계'를 열심히 하진 않았다. 첫날에는 중간서 걷는 민주에게 앞서 가는 승준이를 불러오라 하고, 뒤의 수미를 엄마에게서 떼어 내는 일이 반복됐다.
사주경계의 절정은 둘째 날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의 5시간이었다. 누군가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다면 아이들 5명 데리고 에버랜드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솔의 신'이 있다면 분명 에버랜드에서 태동했으리라. 아이들마다 다른 '놀이기구학 개론'과 체력을 고려해 최대 효율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자아내야 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5분 만에 우동을 흡입하는 승준이와 무서우니 회전목마를 타자는 선주(에버랜드에선 선주도 B조와 함께했다)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기에는 내 능력이 너무 모자랐다.
결국, 나는 선주를 울리고야 말았다. 착시 현상으로 360도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놀이기구에서 나오자마자 선주는 펑펑 눈물을 쏟았다. 나는 선주를 마주 보며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두 손으로 눈물을 닦아줬다. 하지만, 너무 방심했다. 한 손으로만 눈물을 닦아줬어야 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갈비뼈 사이의 명치 쪽이 아렸다. 녀석의 주먹이 내 복부에 꽂혀 있었다. 공포에서 막 벗어나 증오로 변한 감정이 주먹에 가득 실린 것. 13세 아이의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묵직함을 맛봤다. 눈물을 닦느라 방어를 할 수 없었던 내 손은 허공에 떠 있었고 몸은 'ㄱ자'가 됐다.
"그래, 이걸로 '쌤쌤' 하자."레크리에이션 때문에 진땀 뺐는데... 너희 이러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