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무지 드러낸 김무성

무오사화는 실록 폐기가 아닌 열람

등록 2012.10.20 16:18수정 2012.10.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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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록 폐기를 지시해 청와대 보관용이 파기됐다고 하는데 이는 조선시대 왕들도 하지 못한 국정기록 파기설이다. 사실이라면 대통령으로서는 절대로 해선 안 되는 대역사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지난 19일 중앙선대본부 회의에서 한 발언입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자랑스러운 조선왕조실록을 보유하고 있다. 사관들이 목숨을 걸고 왕명을 거역하면서 남기고 지킨 위대한 역사의 유산"이라며 "왕의 실록편찬 개입이 금지되어있음에도 폭군 연산군은 이에 개입해서 결국 사관 김일손을 능지처참하고 김종직을 부관 참시한 사건이 바로 무오사화"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폭군' 연산군에 비유했습니다.

김 본부장 발언은 지난 17일 <문화일보>가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한 것을 인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폐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에 정상적으로 인계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런데도 김 본부장은 사실인양 말하면서 노 전 대통령은 연산군에 비유까지했습니다.

그럼 정상회담록 폐기와 무오사화는 정말 비슷한 사건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김 본부장이 직접 언급한 무오사화는 연산군이 조선왕조실록 폐기 사건이 아닙니다. 무오사화는 1498년 (연산군 4)년에 유자광(柳子光) 중심의 훈구파(勳舊派)가 김종직(金宗直) 중심의 사림파에 대해 일으킨 사화입니다.

다음 백과사전 '무오사화'를 보면 김종직과 김굉필·정여창·김일손 등 사림은 유자광·이극돈·윤필상 등 집권세력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성종이 승하하고 연산군이 즉위하자 훈구파는 사림세력 제거 작업에 들어갑니다. 1498년 '성종실록' 편찬이 시작되자 실록청 당상관으로 임명된 이극돈은 '조의제문'(弔義帝文)이 세조의 즉위를 비방하는 것이라고 지목하고 이 사실을 유자광에게 알렸습니다.

'조의제문'이란 김종직이 1457년(세조 3) 10월 밀양에서 경산(京山 : 星州)으로 가다가 답계역(踏溪驛)에서 숙박했는데, 그날 밤 꿈에 신인(神人)이 칠장복(七章服)을 입고 나타나 전한 말을 듣고 슬퍼하며 지은 글로 서초패왕 항우(項羽)를 세조에, 의제(義帝)를 노산군(魯山君)에 비유해 세조찬위를 비난한 내용입니다.

이극돈 말을 들은 유자광과 노사신·한치형·윤필상·신수근 등은 이 사실을 연산군에게 알립니다. 김종직과 김일손이 대역부도(大逆不道)를 꾀했는 이유로 말입니다. 분노한 연산군은 김일손·이목·허반 등을 보름간 스스로 신문하여 "간사한 신하가 몰래 모반할 마음을 품고 옛 일을 거짓으로 문자에 표현하며, 흉악한 사람들이 당을 지어 세조의 덕을 거짓으로 나무라니 난역부도(亂逆不道)한 죄악이 극도에 달했다"며 김종직 등을 대역죄인으로 단죄합니다.


급기야 이미 땅 속에 묻힌 김종직 관을 쪼개어 머리를 베고 저서들을 불태워버립니다. 부관참시와 분서를 한 것입니다. 즉 무오사화는 실록폐기 아니라 실록을 볼 수 없자 실록을 보면서 시작된 참화였습니다. 그러므로 노무현 전 대통령 폐기설을 무오사화에 비유한 것은 한 마디로 누워서 침뱉기입니다.

왜냐하면 정상회담록을 볼 수 없는 자들이 NLL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데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과 언론을 통해 '고위관계자'라는 이름으로 관련내용을 흘리는 자들이 더 무오사화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역사에 무지한 자들이 노무현을 걸고 넘어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난하려는 꼼수에 자신들이 걸려넘어진 꼴입니다.


그리고 김무성 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말기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6%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무려 78%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가 국정을 얼마나 파탄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잘 보여주는 통계"라고 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한국갤럽이 발표한 역대 대통령 5년차 3분기 '역대 대통령직무수행 평가 지지율'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긍정 23%-부정 59%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긍정 27%-부정 64%였음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습니다. 그럼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보다 국정을 더 파탄냈다는 말입니다. 국정 파탄 책임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난 김무성 본부장도 져야 합니다.

김 본부장은 지난 달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1987년 6월 항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생각하면 김 본부장 특징은 역사에 대한 무지가 아니면 역사왜곡 선수입니다. 노 전 대통령을 연산군 비유, 국정지지율 그리고 6월 항쟁까지 교묘한 역사왜곡을 볼 수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끊임없이 비난하는 그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하늘이 준비한 후보"라고 했습니다. 노무현은 모독하기 바쁘고, 박근혜는 신격화하기 바쁜 김무성 본부장은 노무현 재단이 논평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의 이런 패륜적 행태는 대선을 앞두고 '북풍'(北風)과 전직 대통령 흔들기를 통해 보수세력을 모으겠다는 저열한 정치공작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서거한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허위사실로 훼손하는 패륜적 발언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무덤을 파는 일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통합을 가장 중요한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박근혜 후보에게 묻고 싶다. 한편으론 노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또 한편으론 허위사실로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패륜적 행태가 박 후보식 국민통합인가? 박근혜 후보의 선거운동을 총괄하는 자리에 역사왜곡과 거짓말을 일삼는 자를 앉혀도 되는가?-19일 <노무현재단> '역사왜곡' 전과자 김무성은 입 닫고 박근혜 후보가 답하라
#김무성 #노무현 #무오사화 #NLL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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