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천수만 가을 들녘의 철새 무리
지요하
그런데 이번의 정치철새들은 좀 엉뚱하다. 봄내 별다른 철새들은 보이지 않아서 이번 '선거의 해'에는 특별한 철새들이 없나보나 했는데(사실은 그것을 잔뜩 기대했는데), 엉뚱 팔경으로 오랜 세월 민주당 안에 둥지를 틀고 있었던 동교동 계열 사람들이 돌연 철새로 변신을 해버렸다.
나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아무리 변신의 속성을 안고 있는 정치판 사람들일지라도, 동교동계 정치인들이 그리 손쉽게 변신을 해버릴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들의 '변신의 변' 역시 치장은 그럴 듯하다. 변신의 변을 치장하기 위해 고심하고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들 변신의 변(辯) 역시 변(便)일 뿐이다. 그들 자신에게나 필요한 변일 뿐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별 필요도 의미도 없는 변일 따름이다.
화해니, 동서화합이니, 국민대통합이니, 리더십이니 하는 표현들이 그들이 갈아입은 옷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지만, 내 눈에는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이 있는 법이고, 말 못하고 죽은 귀신은 없는 법이니, 그냥 그런 범주로나 치면 알맞을 것 같다.
하여간 한광옥이나 안동선이나 이윤수나 큰일을 하긴 했다. 그렇게 변신을 하고 철새가 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그 큰 결단에 일단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들과 뜻을 같이 한 철새들이 도합 20명에 이르니(유제연·송천영·김영도·유갑종·반형식·김형광·이길범·원광호·국종남·최수환·고홍길·신민선·박규식·조한천·하근수·지대섭·이희규·이홍배 전 의원), 그 규모에도 경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천수만 논바닥 기러기떼의 한 가족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