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학교의 아이들
양학용
- 결혼 10년째 되던 2003년에 부인 김향미씨와 2년 8개월 동안 세계여행을 했어요. 다들 너무 부러워했을 것 같아요. "해외여행은 1994년에 신혼여행으로 태국, 말레이시아를 짧게 갔다 왔던 게 처음이었고 2003년 떠난 게 두 번째였어요. 다들 부러워하시더라고요. 떠날 때보다 갔다 오니까 더 부러워하는 것 같아요. 세계여행도 세계여행이지만 부부가 뜻을 맞추어 그 긴 시간 동안 여행을 했다는 것 자체를 부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 한 기사에서 이 대목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그랬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아야 할 그 나이에, 도무지 현실을 현실로 살아갈 수가 없어 길을 잃고 세상과 세상 밖 그 사이 어디쯤에서 부유하고 방황했다. 그 방황의 끝에서 발견한 깨달음이 '오늘을 살자'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힘들었나요? 그래서 여행을 떠난 건가요?"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지 않나요? 그때 내가 지금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걸까? 혹시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뭐 이런 거죠. 그래서 그렇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꼭 방황의 끝을 찾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힘드니까, 쉬고 싶으니까, 더는 못 견디겠으니까 떠났다고 해야죠."
- 그래서 세계여행에서 길을 찾은 건가요? 여행학교, 혹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겠다는?"글쎄요, 길을 찾았다기보다는, 다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자,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솔직해지자, 뭐 그런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어떻게 해서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됐나요. "행복하더라고요. 숨 가쁘게 살았거든요. 나 아니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요. 그런데 한 번 벗어나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갈 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그것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꼭 그렇지 않더라고요. 살아가는 방식도 다양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길도 다양하다는 걸 느끼게 된 거죠."
10분만 나가면 바다... 제주도를 선택한 것, 만족해요- 지금은 제주에서 살고 있고 그 전에는 괴산에서도 사셨죠? 전국을 옮겨 다닌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장기 여행 이후에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여행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할까 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우선 예전처럼 그렇게 바쁘게 사는 게 안 돼요. 아내랑 귀농·귀촌 같은 걸 고민하다 잠깐 괴산에 살았고요, 그러다 교사를 하겠다는 어릴 때 꿈을 떠올린 거죠. 그래서 어쩌다 보니 제주교대를 선택하게 됐는데, 서울에서 제일 먼 섬이라는 것, 그래서 삶의 속도가 느리다는 것, 그런 것들이 지금 우리 부부가 제주에 살고 있는 이유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그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민주노총(인천 지역)에서 10년 정도 일했어요."
- 도시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로망이에요. 살아보니 어떤가요? "저희의 선택에 만족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10분만 나가면 바다도 볼 수 있고, 산도 오를 수 있어요. 그러면 답답하던 마음이 그냥 풀려요. 사는 게 뭐 별거 있나, 이렇게 파란 하늘에 예쁜 바다에 시원한 바람에, 더 바랄 것이 뭐 있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 떠남을 동경하면서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자면?"글쎄요. 그냥 자기 안의 목소리에 솔직하면 좋지 않을까요?"
- <오마이뉴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오마이뉴스>같이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뉴스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소통창구가 되었으면 해요. 깊이 있는 기획기사들도 늘어났으면 좋겠고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