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미 안무가
김민관
그 중에서도 특히 안은미 안무가는 속사포같이 빠르고 걸쭉한 특유의 입담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지난 2011년 초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공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할머니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일제 6·25를 겪고, 보통 아이를 여섯 명 낳고, 경제개발까지 거치며 몸에 많은 것을 껴안고 있고, 자신보다 더 춤을 잘 준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춤 추기가 싫어졌다고. 그 후로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식별하는 눈도 생겼다고 전했다.
참고로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공연이자 프로젝트로, 이는 안은미 안무가와 그의 무용단이 무작정 떠난 국내 자전거 국도 여행으로부터 시작됐다. 자전거 다섯 대와 차 두 대, 한 달 동안 서울 경기도를 제한 전국을 누비며 무작위로 할머니들을 춤추게 만들고 이를 영상으로 찍어 아카이빙하는 프로젝트였다. 여기서 만난 220여 분의 할머니들의 솔로 댄스 영상을 추려, 공연 때 상영했고, 실제 영상 속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무대에서 안은미 무용단과 보조를 맞추기도 한 공연으로 완성되었다.
또한 안은미는 이날 노소영 관장이 발표한 싸이의 인기 요인에 대한 분석의 예를 들어, "싸이도 반은 진짜고 반은 가짜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역사를 분명히 젊은 아이들이 쓰게 될 것이고 그때 제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라며 춤을 단순한 현재의 순간이 아닌 역사적인 흐름 안에서 판단해야 정확하게 볼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할머니들의 춤에 대해 "팔을 뻗치는 춤을 통해서 인류가 살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설명하는 한편, 춤 하면 카바레와 같이 숨어서 추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등 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그동안 춤을 억압해 왔음을 지적했다.
안은미 안무가는 "할머니들에게 춤이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다면 지금의 춤은 "미디어 속에서 나온 춤만 춤이다"라 전하며 더 이상 춤을 배울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될 것이고, 자신같이 춤을 가르치는 사람은 직업을 잃게 될 것이라는 농담 섞인 전망도 했다.
안은미 안무가는 '몸 박물관'을 제안했는데, 헌 건물에서 세계 모든 사람들한테 자신을 찍어서 보내게 해서 클릭하면 큰 스크린에 온통 춤을 추는 화면이 바뀌는 몇 만 명의 영상이 들어가는 박물관이다. 이를 미래 인류의 묘지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곧 이는 점차 부족해지는 인류의 묘지 대신 영상으로 그들을 보존하는 "그린 무브먼트(green movement)"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도 전했다.
마치 '몸 박물관'은 마치 춤 관련 유투브 채널을 스크리닝하는 장소로 생각된다. 또한 시간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영상 박물관이 많은 사람의 생전의 삶을 보존하는 역할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