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을 동동 띄운 보리차 서비스를 실컷 받고도 팁을 주지 않고 나와 내내 찜찜했다. 다시는 그 식당을 못 갈 것 같았다.
김은주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이라는 영화는 은행을 털기 위해 모인 갱들이 커피숍에서 쓸데없는 수다로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여종업원에게 줄 팁을 거두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 갱이 팁을 내기 싫다고 합니다. 팁을 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다른 갱들은 이 녀석의 인색함을 성토합니다. 가난한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나쁜 자본주의자로 몰아갔습니다.
<저수지의 개들>에서 미스터 핑크처럼 나 또한 태국을 여행하는 동안 팁 때문에 꽤 고민해야 했습니다. 물론 나의 생각은 미스터 핑크와 유사했습니다.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사는 것이고, 그들은 월급을 받고 자신이 할 일을 하는데 왜 팁을 줘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내가 받는 서비스가 임금을 제외한 서비스로서 가격이 많이 싸다면 당연히 그 임금에 해당하는 팁을 줘야 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난 제 값을 주고 택시를 타고, 제 값을 주고 음식을 사 먹으면서 왜 또 다른 부담을 안아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 대문에 팁을 굉장히 아까워했습니다.
그렇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태국은 팁 문화가 정착한 곳인데 막무가내로 내 논리를 고집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팁을 줄 필요 없다는 나의 가치관과 태국의 팁 문화가 사사건건 부딪쳤습니다. 줘도 마음이 편치 않고, 안 주고 나오면 더 불편하고, 많이 주고 나면 아까운 마음에 속이 쓰리고, 인색하게 줄 때는 손이 부끄럽고, 이래저래 불만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팁 문제를 느낀 것은 택시에서입니다. 우리는 태국 도착하는 첫날 스완나품 국제공항에서 휴양지인 후아힌으로 바로 가기 위해 한국여행사를 통해 택시를 대절했습니다. 공항에서 후아힌까지는 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가는 내내 팁을 어느 정도 줘야 하나, 하고 고민했습니다.
한국에서 인터넷에 실린 여행 기사를 읽으면서 태국이 팁 문화가 발달한 곳이기에 서비스를 받고나면 서비스 비용의 10프로를 팁으로 줘야 한다는 글을 읽었기에 우리의 택시비용을 계산해서 그 비용의 10프로를 팁으로 계산했더니 가격이 만만찮았습니다. 택시비도 비싼데 거기다 팁까지 줘야 한다니 좀 억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팁을 줄 필요가 없다, 택시비로 이미 난 충분한 돈을 썼다, 팁은 공연한 낭비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곳의 문화이지 않은가, 택시기사는 분명 팁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내내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이 싸움은 택시가 후아힌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고서야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