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양 캠프가 정치연합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정치연합 선언은 내부 캠프 논리를 극복하고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소연
"자, 박원순 시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민주당 외연이 커졌나 작아졌나? 그가 정당정치를 훼손했나? 그런 적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껍질을 깨는 혁신이다. 50년 민주당보다 더 많은 지지율을 보이는 정당 밖의 다른 세력이 있으면 그걸 인정하는 게 진짜 혁신이다. 작은 민주당 주의에 천착해 이번에 정권교체 못하면 그건 문재인과 친노의 책임이다."2007년 '사람중심 진짜경제'를 들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기억할 것이다. 문 후보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사람은 당시 캠프의 전략가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이었다. 그는 당시 제3후보를 내세워 정당불신론을 키웠다며 소위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었다.
그리고 5년 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저 멀리 경기도 가평에서 홀로 흙과 더불어 살며 일주일에 두어 차례 은행일 등을 보기 위해 서울 나들이를 한다. 가끔 주변에 가평 유기농 사과를 선물하는 게 그의 낙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하자고 하며 으레 손사래를 치고 별로 할 말도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그에게 최근 '무소속 대통령론'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안철수 간의 긴장이 높아져 의견을 구하자고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런데 그가 흔쾌히 응락했다. 한편으론 적이 놀랐고, 다른 한편으론 답답한 지점이 있는 모양이라는 예견이 들었다.
김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찻집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났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사이에 두고 앉은 시각은 오전 11시였다.
"두 사람의 경쟁, 대선에 하나도 도움 안돼"그가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정치연합' 구축이다. 정치연합을 통해 성공한 '연합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는 '작은 민주당 주의'를 버리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측에는 반드시 누구와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것인지 말하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양 캠프가 정치연합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정치연합 선언은 내부 캠프 논리를 극복하고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측은 민주당이 정치연합의 대상이라는 걸 분명히 선언해줘야 한다"며 "무소속 대통령도 잘할 수 있다, 이런 건 안 되며, 누가 안철수의 제휴세력인지 정확하게 선언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자꾸 안철수 입당론을 내세워 작은 틀을 안 버리면 정치연합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그야말로 정당정치를 와해시키는 안아무인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전략가의 눈으로 "두 사람의 경쟁은 대선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며 "차라리 준비된 집권세력, 정치세력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게 훨씬 선거전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지는 결과가 있다"며 "뺄셈 단일화는 안 되고 덧셈 단일화로 가야 하며 패자가 있는 단일화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연합 틀 내에서 대표 후보를 뽑는, 뺄셈이 없는 단일화 과정을 통해 정치연합을 구축해야 한다"며 " 정치연합을 선언하고, 정책단일화를 해나가는 과정, 그 다음에 후보단일화를 해내는 게 이번 대선의 최대 승리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내놓은 정책을 완화시키는 '라이트 버전'으로 연명해온 정당"이라며 "재벌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내 배를 불리듯 민주당은 그렇게 일해왔기 때문에 이번 정치연합 과정에 반드시 진보정치세력도 참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나 안철수 후보는 궁극적으로는 '민-진-안 연합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헌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야권이 집권할 수 있는 흐름인데...대체세력은 글쎄"- 대선이 두 달여 남았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 주요 선거 때마다 전략가로 활동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엔 별달리 '소속'이 없다. 제3자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대선 어떤 흐름인가? "시대의 방향은 분명 진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복지정책은 5년 전 민노당이 주장했던 거다. 엄청난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또, 산업화 대 민주화 프레임이 전환기에 이른 것도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민주화 세력, 현 지배세력을 대체할 저항세력이 분명하게 만들어졌나, 그 세력의 구심점인 정치세력이 확실한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핵심 같다."
- 야권 지지자는 이 말에 상당히 수긍할 것 같은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쉽게 말하면, 흐름은 분명 야권이 집권할 수 있는 흐름인데, 과연 대체세력이 국민적 지지를 확실하게 받고 있나? 의문이 든다. 인물구도에서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양자대결에서도 다자대결에서도 자력으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으로 보면 분명히 민주당이 자력으로 이겨야 하는데 못 이긴다. 결국 정통 민주진보세력이 자력으로는 이번 대선의 정권교체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 그래서 그 어떤 대선캠프에도 결합하지 않은 건가? 패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난해 민주당의 통합과정을 실무적으로 책임진 뒤 많이 힘들었고, 또, 2007년 대선 때 문국현 후보캠프에서 활동하면서 파생됐던 문제들을 되돌아보면서 뭐랄까 이제는 나 스스로 여론조사분석이나 전략의 전문가가 아니라 실천의 입장으로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대선에서 아무 캠프에도 결합하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철학을 공유했던 정치세력이나 인물이 함께하는 게 아니라면 별로 함께할 뜻이 없었다. 처음부터 정치적으로 같이 숙성되고 함께 정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하게 무슨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결합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 정치컨설턴트로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캠프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을 텐데."도지사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라면 컨설턴트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웃음), 대선은 그런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미국의 데이비드 엑설로드(오바마 캠프 핵심 전략가)도 결국 백악관 수석고문으로 참여했고, 부시행정부의 칼 로브(부시캠프 핵심 전략가)도 백악관 정치고문으로 함께했다. 전략가는 대선단위로 들어가면 전문가가 아니다. 그 시대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없이 캠프에 조인(join)할 필요는 없다."
- 말씀하신대로 2007년 대선 당시 문국현 후보를 도왔다. 5년 전에도 제3후보론이 들끓었고, 이번 대선에도 안철수 후보가 제3후보로 뛰고 있다. 문국현과 안철수를 비교한다면?"제3후보론은 기본적으로 정당불신 현상이다. 정당불신의 초기현상이 문국현 현상이었다면, 안철수 현상은 정당불신과 정치불신이 전면화 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기본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제3후보는 국민의 민생과 경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정당엘리트들의 한계, 재벌 등 자본지배에 이미 무기력해진 정치엘리트들을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국민적 바람에서 비롯된다. 오바마 열풍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올란드 총리가 후보로 지명됐을 때 처음 한 얘기가 '나의 보이지 않는 적은 국제금융자본이다' 이거였다. 자본엘리트가 정치엘리트의 주도권을 빼앗아간 상황에서 기존 정당세력이 경제민주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니, 국민은 더 이상 제도정치권과 기존 정치엘리트를 못 믿는 거다. 이건 매우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지난 5년간 엄청난 노력으로 더 이상의 '제3후보'를 허용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또 허용했다. 결국 국민적 신뢰를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기 어려운 거다."
"안철수, 민주당의 힘 빌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