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자동차 경매 시장1973년 형 군청색 콜벳(Corvette)을 관심있게 들여다보는 잔(Jan) 아주머니.
최성규
고개를 살짝 끄덕이거나 손짓만 해도 입찰을 희망한다는 표시로 간주한다. 나 같은 초짜가 어설프게 얼쩡거렸다가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손짓 발짓을 최대한 자제하며 주변을 배회했다. 마침 스포츠 카 한 대가 맵시를 뽐내며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군청색 콜벳(Corvette) 1973년 형(型). 아주머니가 눈을 반짝인다. 1967년형 오렌지색 콜벳을 최고로 치는 그녀로서는 관심이 갈 만하다.
검은색 픽업트럭을 점찍었지만, 막상 경매에 들어가니 가격이 생각보다 올라버렸다. 잔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 차를 기다린다. 하얀색 쉐보레 트럭이 매물로 나왔다. 매트는 중개인에게 손짓을 보낸다.
"2100!"더 부르는 사람이 없다. 당연히 입찰이다. 중개인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경쟁이 없어도 소유자가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판매는 이뤄지지 않는다. 실소유자가 원하는 가격은 2500. 아주머니는 단호하다.
"매트, 2200 이상은 주면 안 돼."잠시 망설이던 주인이 2250으로 가격을 하향 조정하지만 매트와 잔의 뚝심에 결국 2200으로 낙찰. 2200달러에다 수수료 150을 더하면 2350달러다.
차체 아랫부분이 조금 녹슬었지만 타이어가 짱짱하다. 잔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타이어만 팔아도 800달러의 값어치가 나온다. 차 외양을 조금만 손보면 3500달러 이상을 받고 일반인에게 넘길 수 있다는 계산. 실컷 쓰고 나중에 팔아도 본전 이상은 충분히 건진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 2만~3만 달러의 자본금만 있다면 중고차 10대를 구입해 두 배 정도는 비싸게 팔 수 있다. 수익률 100%. 아주머니는 900달러에 구입한 뷰익(Buick)을 대학생들에게 1500에 팔기도 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중고차 딜러와 직접 거래하는 것보다 300~400달러가 저렴하니 놓칠 수 없다. 판로 걱정 없는 안정된 시장.
원하던 차를 얻어 한숨 돌린 그들과 함께 딸네 집으로 향한다. 동양인과 미국인의 외모를 절반씩 물려받은 여성이 나를 맞이해줬다. 옥님 라마냐(Oaknim Lamagna). 한국인의 정체성을 느끼려고 스스로 원했던 이름이란다.
집 안에는 사람과 동물이 한데 엉켜 정신이 없다. 9살 딸 릴리아나(Lilliana), 6살 아들 리바이어던(Leviathan), 2살배기 딸 제트 리(Jet Lee), 10개월 된 티잔(Tijan)까지 네 자녀가 집안을 운동장삼아 놀고 있었다. 그 곁을 다섯 마리의 개가 돌아다니고 있다.
9세 때부터 채식한 사람의 고기 요리